[골프한국] ‘Friendship is like wine - the older the better.’
우정은 술과 같아서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폴란드의 속담이다.
이 속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묵은 술, 묵은 친구가 좋은 까닭을 꼽으려면 열손가락으로 부족할 것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숙성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숙성기간이 기니 장단점이 다 드러나 걸러질 것은 걸러지고 남을 것은 남아 진국이 우러나 진면목이 드러난다. 자연히 거부감 없이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긴 기간 숙성한 술의 오묘한 맛과 가치를 섬세한 혀와 감성으로 느끼듯 묵은 친구는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맛을 느낀다. 서로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은 절로 우러난다.
흠이나 실수는 또 다른 인간미로 보이니 거슬릴 까닭이 없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도, 상처 받는 일도 없다. 단지 없으면 그리워할 뿐이되 눈앞에 없어도 존재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다.

골프를 하면서 새것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대부분 헌 채를 물려받기에 일정기간 지나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새 채를 구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새 채에 대한 유혹은 끊임없이 밀려온다.

주어진 채를 완전히 익혀 자신의 신체조건이나 운동습관 등에 얼마나 적합한가를 감별해낼 수 있는 실력이 쌓이고 새로 출시된 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현재 갖고 있는 채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이 갖고 있는 새 채에 대한 유혹을 견뎌내지 못한다.

채가 잘 맞지 않으면 나의 잘못된 습관이나 버릇 등에서 이유를 찾아 바른 스윙을 익히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내 채를 구닥다리로 치부하고 소문으로 들은 유명 브랜드 채에 마음을 빼앗긴다. 물론 수십 년 전 채와 요즘 채는 같을 수가 없다. 소재에서부터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개인의 신체조건에 따른 다양한 스펙 등 차이가 많다. 요즘 나오는 채는 보기에도 날렵하고 가벼워 다루기가 쉽다. 스위트 스팟에 맞히지 않아도 실수 완화도가 좋아 웬만큼 맞으면 정타의 80~90%의 거리와 방향성을 보장해준다.
 
문제는 그렇게 오래 된 채가 아닌데도 금방 새로 출시되는 채에 마음을 빼앗기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골퍼들은 새 채를 갖고는 묵은 채와 다른 신선한 쾌감을 느낀다. 왠지 옛날 채와 달리 잘 맞는 것 같고 다루기도 쉬운 것 같다. ‘왜 진작 채를 바꾸지 않았지?’하며 속으로 ‘이제 다 죽었어!’하고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이런 기간은 보름, 길어야 한 달을 넘기가 어렵다. 근본적인 스윙의 개선 없이 도구만 바꾸어 골프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과 같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험 삼아 그래서 전에 쓰던 채를 다시 꺼내 쳐보게 되는데 웬걸 이게 더 좋은 느낌이 드는 때가 많다.  그래서 둘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차이가 있다면 옛날 채는 오랫동안 사용한 탓에 내 손에 익었다는 것과 새 채는 아직 덜 익어 새 채의 속성을 완전히 익히지 못했다는 것인데 주말골퍼들은 새 채를 익히기 위한 노력을 쏟는 것보다는 묵은 채를 마음 편히 사용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을 많이 했는데 출시 시점이 1~2년 차이 나고 소재나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아무리 비싼 채라도 손에 익은 것을 능가하는 채는 없었다는 기억이 뚜렷하다. 소재나 성능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적응기간을 거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 채보다는 묵은 채가 정답이었다. 미세한 차이지만 이미 내 손때가 묻어 익숙한 채와 낯선 채와는 같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처음 만난 친구와 묵은 친구, 오랜 묵은 술과 갓 담은 술의 맛이 다르듯 골프클럽 역시 내 손에 익숙한 묵은 클럽이 내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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