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미국)가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현대 챔피언스 오브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2015년10월11일 프레지던츠컵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동정 받는(?) 골프영웅 타이거 우즈(40)는 잭 니클라우스(75)의 위대한 기록을 깨겠다는 일념으로 골프에 매달렸지만 골프스타일은 잭 니클라우스보다는 아놀드 파머(86)에 가깝다.
젊었을 때부터 니클라우스의 나이대별 기록을 벽에 붙여두고 이 기록을 경신하는데 몰두해온 결과 우즈는 메이저 대회 최다승기록(잭 니클라우스의 18승)과 PGA투어 통산 승수(샘 스니드의 82승)만 제외하곤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에는 4승이 모자라는 14승, PGA투어 통산승수에서는 3승 모자란 79승으로 멈춰 있다.

잭 니클라우스를 모델로 삼아 그를 뛰어넘는 데 심혈을 기울인 타이거 우즈가 실제 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언행이나 그에 열광하는 팬들의 성향으로 보면 아놀드 파머의 재림(再臨)이나 다를 바 없다.
1954년 미국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계기로 프로로 전향한 아놀드 파머는 최초로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4번 우승하는가 하면 PGA투어 61승, PGA 시니어오픈 2승 등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미국의 골프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아놀드 파머의 나이가 잭 니클라우스보다 아홉 살 많은 탓에 그의 기록은 니클라우스에 의해 깨어져 그에게는 ‘골프영웅’, 니클라우스에겐 ‘골프황제’라는 칭호가 붙었지만 당대의 인기로 보면 영웅이나 황제는 동격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골프팬들의 열광의 강도를 본다면 오히려 아놀드 파머가 더 황제답고 영웅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세계 골프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아놀드 파머를 광신도처럼 따르는 팬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니 군단'(Arnie's Army)이다. 그를 추종하는 팬들의 규모를 ‘군단’으로 표현할 정도이면 요즘말로 하면 ‘구름 팬’쯤 될 것이다.
아놀드 파머는 성격도 쾌활하고 호방한데다 플레이도 공격적이고 도전적이었다. 플레이 결과에 따라 표출되는 제스추어도 배우 뺨치게 적극적이었다. 많은 골프팬들에게 그는 교주였던 셈이다.

이에 비하면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플레이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팬들로부터 은근한 사랑을 모은 케이스다. 진지하게 심사숙고 하고, 플레이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결코 날뛰거나 절망하지 않는 모습은 아놀드 파머와 다른 느낌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를 따르는 팬들의 규모는 어니 군단을 방불케 했다. 파머가 라운드 할 때 그랬듯 구름 팬들은 타이거 우즈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세월은 무상한 것.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 우승 이후 승수를 올리지 못함은 물론 대회 출전까지 못하자 우즈를 따르던 그 많던 팬들은 모래처럼 흩어지고 그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하는 조던 스피스(22)에게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피스는 11일 하와이주 마우이 섬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골프코스에서 막 내린 PGA투어 올해 첫 대회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4라운드 합계 30언더파란 대기록으로 우승하며 타이거 우즈를 대체할 새로운 골프영웅으로 우뚝 섰다.
두 차례의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 우승 경력을 믿고 2012년 PGA투어에 뛰어든 조던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 우승 등 4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에 세계랭킹 1위까지 차지했는데 지난해 챔피언들만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2위와 무려 8타 차이로 우승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조던 스피스의 경기 스타일은 여러 모로 타이거 우즈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스피스에겐 우즈와 같은 카리스마를 찾기 어렵다. 스윙 또한 우즈처럼 과격하지 않다. 우즈는 볼 앞에 서면 눈에서 살기가 빛나고 도전욕이 얼굴에 넘치지만 스피스는 진지하고 심사숙고 한다. 얼굴 표정의 변화가 심하지 않다. 멋진 샷을 날리거나 퍼팅을 성공 시키고 난 뒤에도 우즈처럼 포효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의 생활 자체가 우즈와 너무도 대비된다. 반듯하기 이를 데 없다.

박세리 키즈, 타이거 우즈 키즈들이 등장했듯 조던 스피스 류의 골프를 동경하는 새로운 꿈나무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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