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선봉장으로 2015년 LPGA투어는 태극낭자에 의한, 태극낭자를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2016년에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까지 가세한다. 박인비 사진=와이드앵글. 전인지 사진은 2015년5월15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2015년 LPGA투어는 태극낭자에 의한, 태극낭자를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을 제외한 31개 시즌대회 가운데 한국 국적의 선수가 우승한 대회가 15개에 이른다. 전체 대회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한국선수들이 차지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한국계 선수의 우승(6회)을 포함하면 21승으로 범 태극낭자들의 우승 점유율이 무려 67.7%에 이른다. LPGA투어 사상 미국을 제외한 특정국가의 선수들이 이렇게 우승을 휩쓴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시즌 초반 6개 대회를 태극낭자들이 독식하자 일각에서 LPGA투어의 인기나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으나 기우임이 드러났다. 오히려 태극낭자들로 인해 LPGA투어의 플레이 수준이 한층 높아졌음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어 침체해있던 LPGA투어 무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세계 랭킹 1,2위를 치열하게 다툰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와 박인비(27)의 수준 높은 플레이, 새내기로서 시즌 3승을 거머쥐며 신인상을 거머쥔 김세영(23)의 패기에 찬 플레이, 우승은 못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장하나(23)의 도전적 플레이, 비회원 자격으로 참가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21)의 구도자를 방불케 하는 플레이 등은 장마당 골프 같던 LPGA투어의 지평을 넓히고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LPGA투어를 안방무대라 생각해 안주하고 있던 미국 선수들에겐 태극낭자들은 작은 연못에 풀어놓은 메기였다. 미국선수들에겐 두려운 존재가 되었지만 태극낭자로 인해 골프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 기량을 높이는데 결정적 자극제가 된 것이다. 한국 일본 외에도 중국 태국 등지의 선수들이 대거 LPGA투어에 뛰어들어 LPGA투어가 보다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 명실공히 세계 여자골프의 경연장이 되는 기틀을 태극낭자들이 만들어준 셈이다. 

과연 2016년 시즌에도 태극낭자들이 2015년 시즌과 같은 파죽지세의 기세로 내달을 수 있을까.
‘태극낭자 타도’를 외치며 절치부심의 연습기간을 갖고 있는 미국의 대표 선수들과 새로 수혈된 신인들의 베일이 벗겨져봐야 알겠지만 태극낭자들의 도도한 승리가도는 쉬 저지당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미국 골프채널의 전문가들은 2016년 시즌 최대 화두로 과연 누가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투톱 체제에 도전할 것인가에 두고 있는데 투톱 체제를 위협할 선수로 김세영과 렉시 톰슨을 꼽고 있다. 루키시즌에 이룬 김세영의 성적이나 도전적이고 과감한 플레이, 탄탄한 기본에 비거리까지 겸비한 렉시 톰슨을 투톱체제를 위협할 선수로 지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리디아 고, 박인비의 투톱체제에 도전할 예비 대항마들이 태극낭자군 속에 즐비하다는 것을 간과한 느낌이 든다.
먼저 초청선수로 참가해 LPGA투어 메이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과 JLPGA투어 메이저대회 살롱 파스컵과 일본여자오픈까지 제패하는 등 한 시즌에 한·미·일 3개국에서 메이저를 석권하고 국내 투어에서도 시즌 5승에 4관왕(대상·다승·상금·최저타수상)을 휩쓴 전인지(21)의 가세는 LPGA투어 우승경쟁에 기름을 부을 것이 확실하다.
가공한 비거리와 정교함을 겸비한 박성현(22)과 JLPGA투어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있는 이보미(27) 안선주(28) 신지애(27) 등도 초청케이스로 LPGA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어떤 이변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LPGA투어에서 경험을 쌓아온 태극낭자들이 투톱체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을 뿐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와 대등한 수준에 이른 선수로 평가받는 김효주(20)가 LPGA투어 코스에 적응하면서 얼마나 놀라운 성적을 올릴지도 기대된다. 우승에 목마른 유소연(25) 김인경(27) 서희경(29) 지은희(29) 등은 더 나이 먹기 전에 승리를 건져올려야 할 절박함이 있고 장하나도 LPGA투어 동기인 김세영의 질주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2016시즌 LPGA투어는 태극낭자들의 불꽃놀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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