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시경(詩經) ‘대아(大雅)’ 편에 ‘동고동락(同苦同樂)’이란 말이 나온다.
주나라 문왕이 틈틈이 쉴 수 있는 동산과 연못을 만들어 그 이름을 영대(靈臺) 영소(靈沼)라고 지었다. 문왕은 평소 모든 즐거움과 괴로움을 백성과 함께 나누었기에 백성들이 임금이 동산과 연못을 만들겠다고 하자 자원하여 나서 하루 만에 공사를 모두 마쳤다고 한다. 완성된 동산과 연못은 문왕과 백성이 함께 즐겼으며 그 속의 서식하는 동물들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동고동락은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쓴다.
그러나 동고동락에 숨은 더욱 깊은 철학적 의미는 고락이 늘 함께 붙어 다닌다는 것이다. 바로 고와 낙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고 속에 낙이 있고 낙 속에 고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붓다는 인간의 삶 자체를 고해(苦海)라고 했다. 아무리 쾌락과 즐거움이 넘치는 삶이라도 해도 바탕은 고라는 시각이다. 생과 사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과 사는 늘 함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일정기간 살아간다는 것이 생이라면 생은 곧 죽음의 과정임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죽어간다. 갓난아이도 죽어가고 청년도 죽어가고 노인도 죽어간다.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고락은 늘 공존한다. 미스 샷 없는 골프는 없다. 아무리 기량이 출중한 골퍼라 해도 확률이 다를 뿐 미스 샷은 나오게 돼있다. 라운드 중에 가끔 경험하는 멋진 샷은 수많은 미스 샷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주말골퍼라면 그가 날리는 샷의 절반 정도는 미스 샷에 가깝다. 한 라운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만족한 샷은 열 손가락을 다 못 채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라운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어떤 사람은 좌절과 분노에 휩싸이곤 한다.

미스 샷에 대한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실수투성이의 라운드였음에도 행복감을 맛보고 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그때의 기분을 되새기는 사람과 라운드 중에는 물론 라운드를 끝낸 후에도 실망 좌절 분노 고통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미스 샷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태도가 다르다.

미스 샷을 성공적인 샷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미스 샷을 낼 때마다 화를 내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넘어지면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일어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데는 분노나 좌절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골프를 배우는 사람이 미스 샷마다 분노와 좌절을 맛보는 것은 미스 샷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자세와 다르기 때문이다.

골프를 하면서 불가사의하게 느끼는 것은 상당수 주말골퍼들이 초보이거나 어떤 수준에 도달하려면 가야 할 길이 먼데도 스스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와 다름없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처음 머리를 얹으면서도 100타를 깨겠다고 덤비는가 하면, 구력이나 기량에 확실한 차이가 나는데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 무모하게 대드는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골프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골프를 즐길 준비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즐거울 일만 찾으니 미스 샷투성이의 주말골퍼들이 즐거움보다 고통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고락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하듯 골프에서도 굿 샷과 미스 샷은 함께 있다. 수많은 미스 샷을 달게 받아들인 사람은 머잖아 자신이 그렇게 바라든 굿 샷을 만들어내고 한 번의 미스 샷에 실망과 좌절, 분노에 빠지는 사람은 굿 샷과 만나는 길이 험하고 멀 뿐이다.

김연아가 얼음판 위에서 넘어지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했다면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을까. 모든 종목의 스포츠선수들이 처음 배울 때 겪는 실수와 부상, 좌절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오늘의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골프를 하면서 늘 즐겁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항상 좋은 플레이만을 기대할 수도 없다. 골프가 인생의 축도인데 어찌 고락이 함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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