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16일(한국시간) LPGA 투어 시즌 5승을 거두면서 올해 안에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자격을 획득할 가능성을 키웠다. 사진은 2015년10월15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16일 막을 내린 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의 박인비의 완벽한 우승과 그 전에 잇달아 날아온 안선주(28)와 이보미(27)의 우승을 접하며 ‘도대체 왜?’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동반자나 갤러리들은 물론 전 세계 골프팬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더하고 뺄 것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박인비는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같았다. 시즌 5승으로 LPGA투어 통산 17승을 올린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와의 ‘올해의 선수’ 경쟁에서 다음 시즌 최종전(CME그룹 투어챔피언십) 결과에 따라 추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자격도 거의 충족해 1년 후면 박세리에 이은 한국인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영광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 

너무나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친 박인비가 아니더라도 결코 대형 골프스타로 보기엔 뭔가 부족한 듯한 안선주(28)와 이보미(27)의 우승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만 뛰어온 안선주(28)는 지난 8일 일본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아시안 스윙(LPGA투어의 아시아지역 순회대회)의 시즌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대회인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안선주로선 LPGA투어 첫 우승이다.

안선주의 토토재팬 클래식 우승은 의외다. 상당수 골프팬들이 안선주가 KLPGA나 JLPGA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LPGA투어에서는 우승경쟁을 하기는 ‘거시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시기’라는 호남 토속어가 함축하고 있는 다양성을 생각하면 안선주에겐 이 단어를 쓰는 게 적절하게 여겨진다.

골프선수로서의 여러 조건에 대비해보면 안선주는 결코 남보다 우월한 면을 찾기 어렵다. 우선 신장이 160cm로 단신인데다 운동선수로서 적합해 뵈는 체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스윙이 아마추어들이 전범으로 삼을 정도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장 170~180cm의 장신에 파괴력 있는 파워를 자랑하는 LPGA투어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했다. 기량이야 이미 KLPGA투어에서 거둔 7승과, JLPGA투어에서 2010년 2011년 2014년 상금왕에 오르고, 이번 우승으로 JLPGA투어 통산 20승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세계 톱클래스의 대형선수들이 대결장인 LPGA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의문시 되었던 게 사실이다.
 
일본 골프팬들로부터 '보미짱'으로 사랑받는 이보미는 15일 일본 지바골프클럽에서 끝난 JLPGA투어 이토엔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시즌 6승에 JLPGA투어 통산 14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J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2억엔을 돌파한 이보미는 당연히 올해 상금왕도 확정지었다.
이보미 역시 신장 160cm에 56kg로 좋게 보면 아담한 체격, 부정적으로 보면 왜소한 체격의 선수다. 이런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보미는 꾸준한 연습과 팬들에 대한 정성어린 반응, 그리고 기복 없는 플레이로 JLPGA투어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박인비의 무서운 질주, 안선주의 JLPGA투어에서의 성공과 LPGA 첫 우승, 그리고 이보미의 대도약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고 싶다.
이들은 좋은 체격에 키 크고 힘도 좋고 정통적인 스윙을 갖춘 서양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골프의 통설을 보기 좋게 깨뜨린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태극낭자들이 세계 여자골프를 주름잡는 것도 태극낭자들이 전통적인 골프의 통설을 깨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LPGA투어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박인비나 김세영 장하나만 봐도 신장 등 신체조건에서 서구의 골프 여전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스윙만 봐도 박인비는 하프 스윙에 가깝고 김세영은 스윙할 때 중심축을 흔든다. 유소연이나 최나연 김인경 등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스윙을 갖고 있지만 수전 페테르센이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같은 바이킹 후예나 미국의 안젤라 스탠퍼드, 브리타니 린시컴, 렉시 톰슨 등에 비하면 연약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치러진 LPGA투어 올 시즌 30개 대회 중 태극낭자들이 15승을 거둔 사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존의 통설과 틀을 깨는 태극낭자들의 부단한 도전 자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때 LPGA투어에서 ‘작은 거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김미현 장정 신지애 등도 골프의 통설을 깨뜨린 대표적인 태극낭자들로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에서 당당히 거둔 승리에 영국은 물론 전 세계 골프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골퍼 중에는 영국의 이언 우스남이나 남아공의 게리 플레이어처럼 단신이거나 작은 체구로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가 없지 않았지만 여자골퍼들 중에는 태극낭자처럼 다양한 형태로 골프의 통설을 깨는 선수들을 찾기 어렵다.

세계 여자골프계를 지배하는 태극낭자들의 도도한 흐름은 바로 지난날의 교과서 같은 골프의 정설 혹은 통설을 깨뜨리고 뛰어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골프는 서양에서 발원해 꽃을 피웠지만 태극낭자들이 기존의 골프 틀을 벗어나 내연의 깊이를 더하고 외연을 넓힘으로써 골프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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