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레지던츠컵은 배상문(29)을 위한 무대였다. 사진은 11일 11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배상문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2015 프레지던츠컵은 배상문(29)을 위한 무대였다.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대결, 마지막 18번 홀에서 비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침으로서 미국 팀과 인터내셔널 팀의 공동 승리라는 극적인 피날레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배상문은 아시아 그것도 한국에서 처음 열린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랭킹 1위인 조던 스피스를 비롯해 대부분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로 구성된 미국 팀은 유럽선수가 제외된 인터내셔널 팀으로선 넘기 어려운 벽이었던 게 사실이다. 1996년 첫 대회 이후 11차례 대회에서 9번이나 우승하고 2005년 이후 6회 연속 우승한 것만 봐도 미국 팀의 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승리로 미국의 역대 전적 9승1무1패.

그러나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 팀은 인터내셔널 팀의 거센 도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미국 팀은 첫날 포섬 경기에서만 4승1패로 여유 있게 앞섰을 뿐 둘째 날 1승3패1무승부로 밀렸고 셋째 날 8경기에서도 3승3패1무승부로 인터내셔널 팀의 추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전 대회에선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를 펼치기 전 이미 미국 팀의 우승이 예약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날 12개 싱글매치에서의 5승2무5패라는 전적은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인터내셔널 팀의 분전은 남아공의 브랜던 그레이스(5승)와 루이 우스트히즌(4승1무)이 견인했지만 배상문의 파이팅이 유난히 돋보였다. 배상문은 노승열, 안병훈, 김 비오 등과 함께 최경주 양용은의 맥을 이을 선수로 평가받아왔으나 병역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운 오리’ 신세가 되었던 게 사실이다.
배상문은 세계랭킹이 프레지던츠컵 출전 조건에 들지 않아 자력으로는 출전이 불가능했으나 단장 추천선수로 선발되면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회 3일째까지 2승1무라는 예상 밖의 성적을 올린 배상문은 한국골프의 자존심이자 아시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닉 프라이스 단장이 마지막 날 대회 싱글매치에서 배상문을 마지막 조로 빌 하스와 맞붙게 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간파해 대회의 피날레를 극적으로 장식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배상문이 파5 18번 홀에서 두 번의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미국 팀과 인터내셔널 팀은 무승부로 비겨 동반 승리의 극적인 피날레를 만든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첫 실수는 빌 하스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지고 난 뒤에 일어났다. 아이언으로 충분히 2온이 가능한 거리임에도 긴장한 탓인지 클럽이 두껍게 볼 밑을 파고들면서 볼은 그린에 미치지 못하고 뒤로 굴러 내려왔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작은 실수로 볼 수 있다. 핀에 붙이기만 한다면 매치를 비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나온 세 번째 샷이 뒷땅을 치면서 볼은 그린에 오르지도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홀을 이겨 매치를 비기겠다는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은 홀을 한참 지나 파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반면 빌 하스는 침착하게 세 번째 벙커샷을 홀 가까이에 떨어뜨렸다. 이미 한 홀 차이가 나 있는 터라 배상문이 넣는다 해도 빌 하스가 투 퍼트로 넣으면 비기기 때문에 승부는 결정이 난 상황.

18번 홀의 실수로 배상문은 인터내셔널 팀이 미국 팀과 비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며 이번 프레지던츠컵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는 놓쳤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팀의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 아픔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그를 괴롭혀 온 ‘미운 오리’의 시선을 벗고 군 복무 이후에도 기대를 가져도 될 만한 재목이라는 인상을 국내 골프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스포츠스타는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터이니 값진 수확이 될 것이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