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만난 자연 그리고 사람.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오랜 시간 골프를 가까이 하다 보니 기분 좋았던 샷도, 잊지 못할 라운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억나는 건 그때 만난 풍경과 함께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

황소개구리가 음산한 소리로 울어대던 새벽 골프장, 눈이 새하얗게 덮인 필드에서 눈사람이 된 볼을 찾아 헤매던 일,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날 활짝 핀 연꽃들 사이를 ‘개구리 왕눈이’ 처럼 걸어가며 흥얼거리며 부르던 노래, 요즘은 많이 사라진 듯한 청솔모와의 기 싸움,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몸을 피한 그늘집에서의 막걸리 한 잔, 그리고 함께 라운드한 분들과의 유쾌한 대화...

몇 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골프장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골프클럽을 잡아본 적도 없는 어머니에게 평소 필자가 즐기는 골프장의 풍경을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골프장 안에 숙소를 정한 우리는 밤새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소한의 빛만으로도 밤을 나기에 충분한 골프장의 밤하늘은 엄청나게 많은 별을 선사해 주었다. 코끝에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와 풀벌레 소리가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를 이끌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고 새벽에는 경쾌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와 여명의 기운이 잠을 깨워 주었다.

여명이 아침 햇살로 바뀌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골프코스를 돌았다. 골프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코스 산책이었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라운드 하는 사람들은 없었고, 1번홀에서 시작해 9번홀까지 아침 이슬을 밟으며 함께 했다. 손을 붙잡고 걷는 동안 어머님의 얼굴에서는 아침 햇살 같은 미소가 피어올랐고 몸도 따뜻해져 왔다. 아침 운동으로 적당히 배가 고파진 우리는 간단한 샤워 후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필자는 골프백을 메고 필드로 향했고, 그 시간 어머니는 쇼핑과 차를 마시며 개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만난 우리는 함께 저녁을 하며 골프장에서의 또 다른 밤을 맞아 못 다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렇게 3박 4일. 지금도 그 여행을 필자가 한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더 힘들어 하시기 전에 한번 더 어머니와 필드 위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골프장만큼 계절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는 듯싶다. 제철을 맞은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단풍이 들거나 벚꽃이 필 즈음에는 그 어떤 명소보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때로는 자연 그대로의 들풀을 만나기도 하고, 철새들이 날아와 놀기도 하는 곳도 있다. 이런 자연을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하 10°c의 기온에서도, 눈 덮인 골프장으로 거침 없이 골프를 하러 가던 열정은 사그라졌다. 하지만 이제는 필드의 모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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