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고 싶은 골프 파트너.

사진=골프한국
매년 4월 둘째 목요일이 되면 전 세계 골프인들의 이목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에 집중된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그린 자켓을 꿈꾸며 일년을 준비한 골퍼와 이들을 구경하는 갤러리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최상급 선수들만 초대될 수 있으며 4만여 명의 후원자들만이 갤러리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스터스 대회 기간 동안 오거스타 내셔널을 밟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리라.
 
오거스타 내셔널은 멋진 코스 설계로도 유명한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코스가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 12, 13번 홀이고 그 중에서도 12번홀(파3)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벤 호건이 로스트볼 때문에 티샷 장소로 되돌아 간 것을 기념해 그의 이름을 붙인 다리도 볼 수 있다. 12번홀은 현재까지 단 세 명의 선수만이 홀인원을 기록했는데, 바로 이 곳에서 첫 홀인원이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당대 최고의 골퍼인 클로드 하먼과 벤 호건이 동반 라운드 중이었다. 먼저 샷을 한 하먼의 볼이 홀에 빨려 들어가자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졌다. 이어서 친 호건도 버디를 기록했다.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호건이 동반자인 하먼에게 말을 걸었다.
   “클로드, 나 이 홀에서 처음으로 버디를 한 것 같아. 자네는 어땠어?”
   “그래? 근데 난 홀인원을 했잖아.”
   “아! 그랬군. 참 잘했네. 축하하네.”
클로드 하먼은 오거스타 내셔널 12번홀의 첫 홀인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상식적으로는 믿기 힘든 대화 내용이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홀에서 홀인원을 하고 갤러리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을 동반자의 샷을 모를 수 있을까? 그만큼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며 경기해야 하는 프로 골퍼들, 그들의 집중력에 대한 무수한 뒷이야기들 중에서도 단연 백미에 속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라운드 도중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대개는 참 못마땅한 동반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상대방의 플레이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면 그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일반 골퍼로서는 다른 생각도 든다. 골프는 함께하는 운동이기에 동반자나 그의 태도가 라운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매너와 재미있는 대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 가는 동반자도 있고, 때로는 훌륭한 샷으로 경쟁 관계를 이끌어 라운드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동반자도 있으며, 함께 덤불을 헤치며 볼을 찾아주는 배려심 많은 동반자도 있다.
그러나 모든 동반자가 그렇지만은 않다. 상대방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태도, 지나친 늑장 플레이로 동반자들의 리듬을 깨거나 도가 넘은 조롱이나 야유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동반자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골프 경기에선 멘탈이 중요하다고 한다. 본인의 문제든 아니면 타인으로부터 발생한 문제든, 여타 환경으로부터의 문제든… 그 어떤 경우에서도 흔들림 없는 샷을 할 수 있다면 선수로서 큰 경쟁력이다. 하지만 즐기기 위한 골프라면 사정은 다르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늘 함께 플레이 하고픈 동반자가 되는 게 좋지 않은가? 불편한 동반자와는 함께 라운드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필자 역시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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