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장에서 만난 자연을 닮은 노부부.

사진=골프한국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연휴를 이용해 찾아간 제주는 봄 기운이 한껏 피어 있었다. 제주공항은 산을 찾는 등산객과 상춘을 즐기려는 관광객, 긴 겨울잠에서 벗어나 호쾌한 샷을 꿈꾸는 골퍼들로 활력이 넘쳤다.

연휴라서 제대로 티오프 시간을 배정받지 못한 필자는 지인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낯선 분들과 조인해 라운드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필드로 나가 몸을 풀고 있는 필자에게 인상이 좋은 노부부가 다가왔다. 먼저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를 드리자 노신사는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건넸다. 미리 준비해 온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간단히 적혀 있었는데 신선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첫 인사 후 함께 한 라운드는 홀이 지날수록 유쾌했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오래 전부터 알던 분들과 라운드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고, 제주에 이사온 지 보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인상적이었다.

청주에서 오랫동안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했다는 칠순의 신사는 아내와 함께 노년의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제주를 선택하고서 몇 년 동안 노후준비를 했다고 한다. 일 년 중 2/3는 제주에서 보낼 계획으로 제주시에 집도 한 채 구하고 제주도 골프장의 회원권도 세 개나 구입했단다. 현역에서 열심히 살아온 그 분은 체력 못지 않은 재력도 갖추고 있었다.

“나이 먹어서는 생활환경이 더 중요해요. 너무 춥지 않은 기후와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장도 가까워야 해요.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주변환경 등을 고려했어요.”
노신사의 아내도 거들었다.
“제주는 구경할 곳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우리 부부가 골프도 좋아하고요.”

젊어서부터 꽤 오랫동안 골프를 즐겼다는 노신사는 칠순의 나이에도 유연성과 근력을 바탕으로 한 장타를 과시했고, 부인 역시 상당한 수준의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스윙해요. 이까짓 것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 되게 되어 있어요.”
한 라운드에서 버디 일곱 개까지 기록해 봤다는 노신사는 자신의 멋진 스윙을 아내에게 성심껏 전수 중이었다. 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들은 첫 홀부터 카트를 이용하는 대신 필자와 함께 필드를 걸어 다녔다. 골프장에서도, 제주의 풍광을 느끼기 위해서도,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도 가능한 많이 걷는다고 한다.
“많이 걷는 게 보약이지요. 아내가 젊어서는 몸이 약해서 병치레를 많이 했는데, 골프를 하고 나서는 건강해졌어요”라며 골프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그들과의 라운드 내내 그리고 이후에 필자는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몇 년 전부터 노년에는 ‘이렇게 살면 어떨까?’라고 막연히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누구나 꿈꿀듯한 노년의 삶을 실행에 옮기고 사는 그들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골프를 비롯한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과 골프장을 선택해서 즐기고 여행도 할 수 있는 경제력과 필자의 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아내와 친구들이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아직 눈에 덮인 한라산 정상이 가까이 보이는 골프장, 그리고 그 경이로운 대자연을 함께 바라보는 두 노년의 삶은 필드의 멋진 풍광과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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