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에서 캐디의 역할은?

사진=골프한국
5m… 쉽지는 않지만 원퍼트를 기대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42km 이상을 선두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원퍼트 거리인 마지막 5m를 달리지 못해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사람이 있었다.

지난 1908년 런던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이탈리아 출신 도란도 피에트리(Dorando Pietri)의 얘기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뚫고 주경기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스타디움의 마지막 트랙을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방향을 정정해 주었지만 지친 그는 더 이상 뛸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쓰러지기를 반복한 끝에 초인적인 의지로 결국 결승점으로 5m 앞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또 다시 쓰러지고 말았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탄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 다음 선수가 메인 스타디움에 들어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명의 남자가 그를 부축해 결승점까지의 몇 걸음을 같이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경기 규정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실격판정을 받았다. 그는 금메달 대신 영국 여왕으로부터 특별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의 나쁜 기억은 가져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마라톤이 아니라 골프 경기였다면 어땠을까? 티샷 방향을, 5m 퍼트를 캐디와 상의했다고 실격판정을 받지는 않는다.

최근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집단의 수가 적어 신뢰도에 한계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설문 내용 중 ‘캐디 선택제’에 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캐디 선택제를 운영할 경우 그 골프장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87.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일반적인 스포츠는 대부분 선수 개인 또는 팀의 기량을 겨루며, 경기에서 선수가 감독과 코치의 지시를 받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골프의 캐디처럼 조력자가 선수 옆에서 함께 플레이 하는 경기는 없거나 혹여 있더라도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골프에서 캐디는 어떤 존재일까? 선수가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이자 상황에 따라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조언자이기도 하다. 프로대회에서 상금의 상당 부분이 캐디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캐디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 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어떨까? 골프클럽을 전달하고 거리를 불러주며 퍼팅 라인을 알려 주는 사람인가. 우리나라 골프장의 특수한 환경을 감안한다면 그보다 중요한 임무는 원만한 라운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경기를 관리하는 일이다. 앞뒤 팀간의 적당한 진행 간격을 유지해 골퍼들이 리듬을 깨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며, 혹시 있을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일 것이다.

아마도 국내 많은 골퍼들은 조력자로서 함께 라운드 할 캐디를 기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문의 결과가 당연할지 모른다. 캐디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캐디 없는 라운드를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활하지 못한 경기의 진행이나 숙련된 캐디의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골퍼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캐디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겠지만, 골프장에서도 카트비 인하 등 현실적인 문제개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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