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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공의 골프보기] 걷기의 미학
필드에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조상현 한국미디어네트워크 사장 · WPGA회원
새해를 맞아 눈이 쌓인 골프장을 대신하여 눈으로 덮인 한라산을 찾았다.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한 선자령이나 태백산의 설화산행은 이미 경험했지만 겨울에 한라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리목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세상은 온통 새하얀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복장도 점검하고 아이젠도 착용한 후 첫걸음을 뗐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상쾌하게 느껴졌고 등산화 아래로 전해지는 눈밭의 촉감은 평소에 느껴볼 수 없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어느새 몸은 더워지고 영하의 기온에서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준비해 간 간식을 꺼내서 먹으려는 순간, 어디에선가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다. 새하얀 세상에 새까만 까마귀는 어딘지 처량해 보이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눈밭에서 먹이를 찾기 힘들어 며칠씩 굶게 되자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온정을 기대했나 보다. 참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굶주린 까마귀가 안쓰러워 가지고 있던 간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나누어 먹었다.

다시 잰걸음으로 윗세오름을 향했다. 적막감이 들 정도로 고요한 산은 쌓인 눈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홀컵에 꽂힌 깃대마냥 등산로를 따라 박힌 빨간 깃대를 따라 대피소에 다다랐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는데도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출출했다. 허기를 달래고자 컵라면과 간식거리를 구입했다. 산 위에서 먹는 음식에는 운송비가 들기 마련이므로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서울의 편의점보다 싼 가격에 놀랐다. 그제서야 등산로를 따라 이어져 있던 모노레일이 생각났다. 그 레일을 통해 물품을 운반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적게 들어간 게 아닐까…

구력이 꽤 있는 골퍼들에게 모노레일은 추억의 골프장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카트(무인 전동식 골프카) 대신 예전에는 페어웨이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 카트 위에 골프채만 싣고 골프를 했다. 당연히 골퍼들은 걸을 수 밖에 없었고 한 라운드를 돌면 7km 정도의 거리를 걷는 셈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열선까지 깔린 카트에 앉아 편안하게 이동하니 한 라운드를 돌아도 별로 운동한 것 같지 않다. 가끔 운동 삼아 걷고 싶어서 진행에 문제가 생길까, 또는 동반자와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카트를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골프란 생각하고 휘두르고 걷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4~5시간의 라운드 중 실제 골프채를 잡고 스윙하는 시간은 불과 20분쯤 될까? 어쩌면 골프의 매력 중 하나인 걷는 즐거움을 카트에 빼앗긴 것이 아닐까 싶다.

지구 한 바퀴의 거리는 약 4만km다. 걷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운송수단으로 이동한 것을 다 합쳐도 일년에 4만km를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은 살아생전 지구 몇 바퀴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까?

필자가 새해를 맞이해 다짐한 결심 중 하나가 많이 걷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한 달에 150km는 걷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5km 이상 꾸준히 걸어야 하는 이 수치가 필자에게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평소뿐만 아니라 주말골퍼로서 골프장에서도 걷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물론 라운드를 할 때 여유롭게 걷기 위해서는 타인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골프 실력을 전제조건으로 해야겠지만…

한동안 구석에 밀려 있던 아이언의 먼지도 털고 연습장에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3-02-04 09: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