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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손님 맞이
손님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하는 서비스 마인드.
조상현 한국미디어네트워크 사장 · WPGA회원
늦가을 밤, 들뜬 마음을 갖고 부산으로 향했다. 막바지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KLPGA 투어 대회, BS금융그룹 부산은행 서울경제 여자오픈 프로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좋은 분들과 함께 오랜만에 프로 선수의 멋진 샷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필자도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여행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아시아드CC에서 가까운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다. 그곳에는 한여름의 혼잡함도 없었고, 을씨년스러울 정도의 차가움도 없었다. 밤 바다의 정취를 즐기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드넓게 펼쳐진 밤 바다를 바라보며 다음 날 있을 라운드 생각에 잠겼다. 부산의 명문 골프장이라고 하는데… 첫 방문하는 골프장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프로 선수와 라운드를 하게 될까? 동반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플레이를 하되, 가끔은 우쭐해질 만큼 멋진 샷을 선보일 수 있을까?

다음 날 아침, 프로암 경기가 있는 아시아드CC로 향했다. 입구부터 펄럭이는 화려한 깃발들이 대회를 알리며 골퍼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안내를 받아 등록을 하고 조 확인도 끝낸 후, 아침을 든든히 먹고 필드로 나갔다. 아! 부산에도 가을이 절정이구나.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확실히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잘 가꾸어진 골프장이 아닐까 싶다. 일교차가 크고 더운 여름을 잘 견뎌낸 올해 단풍은 여느 때보다 유난히 멋스러웠다.
 
샷건으로 치러질 프로암 대회 방식에 따라 카트를 타고 첫 티샷할 홀로 이동했다. 함께 라운드한 프로 선수는 필자의 아들과 동갑내기인 ‘루키’지만 금년 상금랭킹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일가를 이룬 선수로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딸을 둔 부모님이 부럽기도 했다. 아버지뻘 되는 낯선 동반자와의 라운드에서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경기를 리드하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진의 프로, 경기 중 갤러리가 부담스럽지 않나요?”
어쩌면 필자의 우둔한 이 질문에 어린 선수는 명쾌히 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집중력이 놀랍다. 최근 갤러리에 대해 설왕설래하지만, 프로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혹여 고의적이지 않는 갤러리에 의해 조금 방해를 받더라도 그것 역시 경기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멋진 샷으로 답한다면 갤러리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자세야말로 정말 멋진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함께한 프로 선수, 동반자들과 몇 홀을 돌며 즐기다 보니 잠시 휴식할 그늘집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검은색 정장을 말쑥히 차려 입은 한 신사가 골퍼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처음에는 경기운영위원쯤 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왼쪽 가슴에 이름만 적힌 심플한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필자에게도 다가와 아주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바로 대회가 열리고 있는 골프장의 사장님이었다.

골프장의 사장으로서 손님으로 내방한 골퍼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직접 물어보며 일일이 챙기는 그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의 체면상 이름표를 단다는 것도 생각하기 쉽지 않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하얀색 아크릴 이름표를 달고 흥겹게 손님을 맞는 모습은 참 멋스러웠다. 주인이 손님을 맞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운 좋게도 필자는 여러 번 큰 대회의 프로암 경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부산은행 서울경제 여자오픈은 여러 면에서 차별점이 느껴졌다. KPGA나 KLPGA 대부분의 경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나 비교적 추운 날씨에도 경기가 가능한 제주도에 편향되어 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서 대규모 골프대회가 열린 것도 흔하지 않지만, 부산의 골프 열기를 반영하듯 KLPGA투어 사상 최다 인원인 1만5000명의 갤러리들이 대회를 즐겼다고 한다.

‘그린 대회’라는 수식어처럼, 골프장 회원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대회 자원봉사단은 구석구석 다니면서 쓰레기와 오물을 주우며 깨끗한 대회를 만들었다. 골프장 사장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휴지를 주웠다고 하니, 그 하나만 봐도 손님들은 골프장 전체의 서비스 정신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덕분에 즐거운 라운드를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야경에 그날 만났던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입력날짜 : 2012-12-14 10: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