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선물, 버디패

사진=골프한국
가끔씩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온갖 선물 행태를 보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과 상자에 몇 억이 들어가느니, 서류 가방에 얼마가 들어 가느니… 이런 특정계층의 비정상적인 선물 얘기를 접할 때마다 서민들의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옷 로비, 달러 뭉치 전달하기, 차량 바꿔 치기 등. 요즘은 명품 가방에 성의를 가득 담아 전달하기도 한단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선물’이라는 미명(美名)으로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다. 하지만 선물은 주는 사람의 본심(本心)에 따라 기분 좋을 수도 불쾌할 수도 있다.

오래 전 필자에게 골프를 처음 가르쳐 주었던 선배가 있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파견근무를 나왔던 그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필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한때 프로골퍼를 꿈꿨던 선배는 필자의 골프 스승으로, 또 인생 선배로서도 많은 것을 지도해 주었다.
그 선배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하기를 좋아했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무티 한 줌씩을 선물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갖춘 티가 많지 않았고, 그 당시에도 나무티 가격은 얼마 하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주고 싶어하는 선배의 마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나는 아내에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선물을 했다. 골프를 즐기는 지인들 집이나 사무실에 가면 대개 골프 관련 각종 패들이 전시된 것을 보곤 한다. 싱글패부터 이글패, 우승패, 우승메달, 홀인원패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아마추어 골퍼에게 싱글패나 이글패를 제작하고 선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당시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면 나쁠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아내는 초보 골퍼라 하기엔 자존심이 상할 만큼 꽤 오랫동안 골프를 쳤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남들은 쉽게도 하는 버디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드디어 아내가 첫 버디를 해냈다. 그것도 필자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다. 파4 홀에서 투 온한 후, 2.5M 가량 남은 거리의 퍼트에 성공한 것이다. 버디인 줄 몰랐던 당사자는 뛸 듯이 좋아했고, 그 광경을 숨죽여 지켜보던 필자는 감격스러움이 밀려왔다.
필자는 늘 약속한대로 버디패를 만들어 주었다. 당시 감정을 살려 문구도 작성하고 기념패 디자인도 골랐다. 지금 생각해도 참 기분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 나이스 버디!

버디패는 없지만 필자의 첫 버디는 짙은 안개 속 파3 홀이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캐디가 지시해 준 방향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샷을 날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니 공은 그린에 올라가 핀에 아주 가깝게 붙어 있었다. 운이 좋게도 가볍게 첫 버디를 했다. 조금은 쑥스러웠던 버디. 하지만 평생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버디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 골퍼들 중 몇 명이나 될까?
필자는 또 한 번 버디패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가 존경하는 동종업계 지인이 아직 버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분이 버디를 하는 날, 축하의 마음을 듬뿍 담아 버디패를 선사할 예정이다. 필자와 함께 한 라운드 중 버디를 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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