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프의 역사와 스포츠로서 골프의 위상.

사진=골프한국
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 후 귀국한 최나연. 사진=인천공항=연합뉴스
2012년 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자 최나연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응원하기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 골프는 정식종목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호주의 골프 영웅 그렉 노먼과 캐리 웹이 선수가 아닌 성화봉송주자로서 뛰는 데 만족해야 했다.

500년의 역사를 가진 골프를 1억 명이 즐긴다고 하지만 골프는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골프의 대중성 여부, 올림픽 골프코스 조성 문제, 경기시간 관리 등 상상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는 들어 있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유럽에도 유명 골프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유럽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아직까지 골프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즐기는 스포츠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올해 올림픽에 포함된 26개 정식종목을 살펴 보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모든 사람이 즐기기에 한계가 많아 보이는 종목들도 눈에 띈다. 물론 올림픽 경기를 치를 만큼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는 판단 아래 선택된 종목이겠지만,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골퍼들이 스포츠맨십을 겨루는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다는 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벌써 100년이 넘었지만 1900년과 1904년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적이 있었다. 이후 1906년 런던 올림픽(1908년)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브리티시 올림픽위원회는 영국 내 골프 관련 단체에 올림픽 골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당시 골프계에서 가장 권위 있었던 단체 R&A(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는 올림픽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다른 단체가 주도권을 가지는 데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올림픽 골프에 대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올림픽 골프 조직위는 R&A의 비협조에 분노했다. 당시 올림픽 골프의 책임자 라이더 리처드슨은 R&A의 도움을 받지 못하자 경기방식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이를 발표했다. 3일 동안 36홀씩 스트로크 경기로 대회를 치르는 것이었다. 개인 성적으로 개인전 우승자를 가리고 팀 성적은 선수의 타수를 합산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각국은 6명을 한 팀으로 출전시키고, 그 중 상위 네 명의 스코어만 발췌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방식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논란이 뜨거웠기 때문인지 190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을 신청한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1904년 금메달리스트였던 캐나다인 조지 리온뿐이었다. 결국 1908년 올림픽에서 골프 종목 채택은 실패했고 이후 100년 동안 올림픽에서 골프를 볼 수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골프는 국내에서도 신세대 유입이 잘 안 되어 쇠퇴의 조짐이 보이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경기불황과 오랜 시간 야외활동으로 인한 부담 등도 새로운 골퍼 유입에 걸림돌이다. 무엇보다도 그린피에 붙는 과도한 세금과 지나치게 화려한 골프장 건설비에 따른 비용이 문제다. 한편으로는 ‘골프 대중화’를 외치지만 또 한편으로는 비리의 온상과 사치성 운동으로서 골프를 취급하는 정책도 문제다. 국내에서 골프를 할 때 내는 직.간접세는 그린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골퍼들에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역시 카지노나 경마, 경륜장과 비교했을 때 수배 내지 수십 배에 달한다.

점점 화려해지는 클럽하우스는 어떤가? 대리석으로 장식된 클럽하우스는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고 필드로 나가보면 엄청난 조경에 또 한번 놀란다.
골퍼로서 필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충분히 살린 골프장을 선호한다. 비싼 나무를 심고 비싼 잔디를 깔아 놓지 않아도…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거기에서 난이도를 잘 살린 골프장은 친근감이 있다. 이왕이면 잘 관리된 골프장도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도 좋다. 때로는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홀을 가려도 골퍼가 공략법을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골프장이 좋다.

잘 관리된 자연을 무대로 상당시간을 사용하는 대가가 형편 없이 저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길 바라지도 않지만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골프의 즐거움은 야외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정부나 골프장 운영자, 골퍼 모두가 골프를 지나친 허례로 인식하기보다는 진정한 스포츠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16년에는 전국민이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들의 파이팅을 응원하며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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