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카팔루아 골프클럽, 두 번째 이야기

하와이 마우이에 머문 기간 동안 필자에겐 하루하루가 새로운 경험이었고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대자연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 근원은 할레아칼라(Haleakala)일 것이다.

필자는 하와이 ‘카팔루아 LPGA 클래식’ 대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국내에서 출발 전 몇 일 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래서 하와이 마우이에 대한 특별한 사전정보를 찾을 새도 없이 골프낙원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함께 간 직원이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에서 꼭 일출을 봐야만 한다고, 여기 마우이까지 와서 그곳을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고 재촉했다.

일출 예정시간은 6시 30분쯤이었지만, 숙소가 있는 카팔루아 골프장에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까지는 두 시간이 넘는 꽤 먼 코스였다. 다행히 일출을 보는 산 정상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깜깜한 새벽 산길을 달려야만 했다. 결국 필자는 새벽에 일어나 낯선 길을 조급하게 가는 부담보다는 한밤중에 미리 도착하여 차에서 일출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보였던 새벽녘 밤 바다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올라가는 산길 주변에서 방목되는 소들도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우이 섬은 제주도 정도의 면적인데 섬의 중심 부분은 산악지대라서 골프장이나 리조트 시설들은 대부분 해안을 따라서 형성되어 있다. 할레아칼라는 이 섬의 동쪽에 있는 휴화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휴화산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뱀이 기어가듯 길이 꼬불거렸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할레아칼라 정상은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이다. 생각해 보니 단 한번도 이런 고지대에 가본 적이 없었다. 3천 미터가 넘는 곳은 어떨까? 온화한 여름날씨에도 할레아칼라 정상은 춥다는 얘기를 듣고서 두꺼운 옷과 담요를 가져갔는데, 그것으로 몸을 감싸도 그곳의 추위를 덮진 못했다. 거기다가 고지대라서 기압은 높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기다리다가 맞은 일출(日出). 동이 터오는 산 정상에서는 별천지의 세계가 펼쳐졌다. 구름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다. 산과 구름, 일출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깨는 그런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그제서야 알았다. 왜 할레아칼라(Haleakala)가 하와이 고유어로 ‘태양의 집(House of the Sun)’을 뜻하는지를. 할레아칼라의 일출은 마우이로 골프를 즐기러 온 골퍼들에게 하늘이 준 커다란 선물 같았다.

선수들이 치르는 LPGA 경기 전날, 필자는 대회 주최측에서 마련한 프로-암 이벤트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4명의 아마추어 선수들과 LPGA 투어 프로선수가 한 팀을 이루며 모든 참석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베스트 볼”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로레나 오초아, 폴라 크리머, 아미 미야사토 그리고 아니카 소렌스탐도 함께 참가했다.
카팔루아 골프장 베이 코스에서 열린 이 프로-암 경기는 LPGA 프로 선수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한다는 묘미가 있었고, 전날 내가 플레이한 코스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전세계 많은 선수들이 참가했던 그 ‘카팔루아 LPGA 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필드에서 직접 응원했던 그 순간에 말이다. 당시 이지영 선수가 3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올라 대회 마지막 날에는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를 했다. 결국 최종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이지영 선수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물은 바로 골프장 주변에 펼쳐져 있는 수천 그루의 쿡파인트리다. 이 쿡파인트리는 카팔루아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잘 자란 나무는 단아하고 멋진 귀족처럼 격이 있었다. 마우이 섬은 쿡파인트리 외에도 수많은 종의 하와이 토종식물들이 자라고 있어서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하와이 마우이.
유명 신혼여행지인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에 비해서 마우이는 관광지의 번잡스러움이 없으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좀 더 간직하고 있었다. 여유롭게 골프를 즐길 명품 골프장이 많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순간에 날릴만한 애머랄드빛 비치가 있고, 편안하고 깨끗한 숙소가 있으며, 신이 주신 천혜의 자연경관이 덤으로 있어서 골프 휴양지로 손색이 없었다.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첫 번째 이야기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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