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하와이에서 나비처럼 날다

지난주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시작되었다.
이 개막전은 1953년 라스베가스에서 처음 시작되어 1969년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로 장소를 옮겼고, 이후 1999년부터 하와이 카팔루아 플렌테이션 코스로 옮겨 현재까지 개최되고 있다.

필자는 2008년 10월에 카팔루아 리조트가 개최한 ‘카팔루아 LPGA 클래식’ 대회에 초청을 받아 대회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LPGA 경기는 나흘간이었지만 관련 부대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전체 일정은 7박8일의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필드에서 볼 수 있었던 하와이의 푸른 바다와 리조트 입구에 걸려 있었던 참가 선수들의 깃발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새해를 여는 PGA 개막전이 열리면 늘 그 때의 여행이 생각나곤 한다. 이 리조트 내의 코스 중 플렌테이션코스에서는 PGA개막전이 베이코스에서는 LPGA 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은 럭셔리한 골프여행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상낙원’ 혹은 ‘신들의 정원’으로 불리는 하와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클럽이 많기로 유명하고 1년 내내 라운드가 가능한 축복받은 기후를 가졌다. 지형적으로는 오아후, 마우이, 카우아이 등 대표적인 8개 섬을 중심으로 13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군락을 이룬 군도(群島)다. 이 중 마우이 섬은 화산활동으로 유출된 용암이 두 개의 섬을 나비모양 리본처럼 연결시켜 놓았다. 골프장이 있는 카팔루아 리조트는 이 마우이 섬 북서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태평양의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한국에서 마우이 카팔루아 리조트로 가기 위해서는, 오하우 호놀룰루공항까지 국제선을 타고 가서 다시 마우이로 가는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마우이 섬에 도착한 필자는 대회 주최측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리조트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카팔루아 리조트에 처음 도착하여 필자의 눈에 띈 것은 ‘파인애플 몸통을 가진 나비’ 로고였다. ‘카팔루아’가 바로 ‘나비’의 하와이 말이란다. 필자는 당시 받은 이 로고가 새겨진 기념 티셔츠로 그 당시 여행의 감흥을 느끼며 요즘에도 필드에 자주 입고 나간다.

카팔루아 리조트에는 최고급 리치칼튼과 카팔루아 베이 호텔이 자리잡고, 그 주변으로 언덕 위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카팔루아 골프빌라 콘도들이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헐리우드 스타들도 여기 빌라를 소유하고 있단다. 평상시 소유주가 사용하지 않는 빌라는 일반 관광객이나 골퍼들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각 빌라는 주인의 취향에 따라 내부 인테리어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필자가 묵은 단독빌라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LPGA 경기가 열리는 베이 코스의 첫 홀 티박스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대회 주최측에서 필자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써서 선택한 숙소 같았다. 세련되고 고급스럽지만 하와이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은 빌라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2층 베란다, 최신식 설비, 풀 키친, 세탁기/건조기 등 대여섯 명이 함께 묵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와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스스로 빨래를 할 일이 없었던 필자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세탁기를 사용해 보았다. 그 큰 세탁기에 반바지 한 장을 넣어 가동시키며 신기한 듯 쳐다본 기억이 난다.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듯, 태평양을 바라보며 나비처럼 날아서 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코스가 필자의 눈 앞에 펼쳐졌다. 필자는 베이 코스와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가능한 한 여러 차례 라운드를 즐겼다.

LPGA가 열리는 베이(Bay) 코스(파 72, 6600야드)는 아놀드 파머와 프랭크 듀엔의 설계로 사탕수수밭의 푸른 물결과 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코스다. 코스의 기복은 적당한 수준이며 코스 자체가 아주 훌륭하다기 보다는 하와이 해안 계곡을 따라 흐르는 코스의 경치가 대단히 아름다웠다. 특히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연못 헤저드가 아닌 바다 위로 샷을 날린다는 묘미가 골퍼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린은 아주 빠르고 무역풍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을 잘 이용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방법이다.

PGA 개막전이 열리는 플랜테이션(Plantation) 코스(파 73, 7411야드)는 이름처럼 과거에 파인애플 농장(Plantation)이었던 마우이 섬 서부의 산세를 이용해서 웅장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코스를 디자인했다. 카팔루아 골프장 중 가장 최근에 개장을 해서인지 그린피는 가장 비쌌다. 필자도 예약 없이 플랜테이션 코스를 직접 찾아가 바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플랜테이션 코스의 난이도에 대해선, 유난히 길고 지형의 기복이 심해서 어렵다는 의견도 있고, 그린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서 PGA 코스 중 쉬운 코스라는 의견도 있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은 코스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PGA를 개최하는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PGA가 열리는 플랜테이션 코스는 남성적이었고 LPGA가 열리는 베이 코스는 좀 더 아기자기 했다고 생각된다. 한 곳에서 두 가지 색다른 코스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골프장을 포함한 카팔루아 리조트는 ‘파인애플을 품은 나비’ 로고처럼 그 뿌리를 잃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럭셔리하고 현대적이지만 하와이 토속적인 멋과 조화로웠고, 잘 가꾸어져 있지만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의 모습과 조화로웠다. 거기에 PGA나 LPGA 선수들과 동일한 환경 속에서 골프를 즐긴다는 것이 필자에겐 잊지 못할 추억의 코스가 되었다.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두 번째 이야기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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