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안다. 본인이 라운드 도중 무엇을 했는지를. 최소한 보기골퍼 수준이라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인기검색어’ 혹은 ‘갑작스럽게 대중에게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그 시대의 관심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유난히 ‘꼼수’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권을 기록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나는 꼼수다’나 ‘나꼼수’라는 말이 대화에 종종 등장한다.

골프계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올 하반기 PGA 관련 기사에서도 ‘꼼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2011년 미국 PGA투어 풀시리즈 최종전인 칠드런스 미러클 네트워크 클래식이 끝난 후, PGA가 갑자기 ‘올해의 선수상’ 발표를 2주 후로 연기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당시 언론에선 미국 PGA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008년 LPGA를 휩쓰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해 영어 사용 의무화를 거론 했던 것과 비슷하게도.

그렇다면, ‘꼼수’가 무엇인가? 누구는 ‘사기’라고 말하는데, 그것과는 다르다. 사전에서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즉, 꼼수라는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쉽게 말해서 합법적으로도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뉘앙스다.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일반 아마추어 중에서도 간혹 ‘나는 꼼수다’를 외치는 골퍼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수를 속이는 것으로, 가령 더블보기를 했으면서도 스코어카드에는 은근슬쩍 보기로 기입하도록 캐디에게 압력을 넣는 것이다. 때론 더블보기 이상은 아예 스코어 카드에서 제외시킬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소위 ‘알까기’라는 것도 있다. 플레이를 계속하기 불리한 위치거나 공을 잃어버렸을 경우 남 몰래 새 공을 떨어뜨려서 원래 자기 공인 것처럼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린 위에서 마크를 하고 정작 공을 놓을 때는 마크한대로 공을 놓지 않고 퍼팅이 유리한 위치에 놓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반대로 룰을 이용하여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초보골퍼와의 라운드에서 내기라도 한다면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얼굴을 붉히는 것도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멀쩡한 신사가 골프를 통해 소인배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프로골퍼들은 어떨까? 꼼수를 쓰지 않을까? 놀랍게도 프로들 역시 아마추어와 비슷한 수준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1부 투어인 코리안투어에서는 선수들의 부정행위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그 하부 투어에서는 여전히 매년 7~8번의 부정행위가 밝혀져 선수들이 징계를 당한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스코어 카드에 점수를 오기하여 한국에서 프로 출전 자격을 박탈 당한 경우도 있으며, Q스쿨에서 알까기가 행해져 적발되기도 했다.

골프에서 꼼수를 쓰는 것은, 단순히 골프룰의 차원을 넘어서 매너와 배려, 양심의 문제다. 굳이 정신건강을 해치는 꼼수를 부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양심껏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며, 파트너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골프의 목적이 아니던가. 정정당당하게 임하며 상대를 배려하며 즐기는 골프만으로도 골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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