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에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챔피언십은 폭우와 강풍으로 이틀 연기되어 2라운드로 축소되었고, 예정보다 하루 늦은 21일에 최종 라운드가 진행되었다. 평소에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 오후. 조영란과 김하늘이 7홀 연장이라는 기록적인 혈투를 벌이고 있었을 그 시간, 공동 7위로 경기를 먼저 마무리한 유소연은 필자와 함께 기내에 있었다.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필자의 바로 뒷좌석에 낯설지 않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올해 US오픈에서 우승했던 유소연이다. 비행 내내 동료와 수다로 무료함을 달래는 그녀는 생기발랄한 여느 20대 초반과 다를 바 없었다.

운이 좋게도, 필자는 프로암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대부분은 본 대회 전날 열리는 LPGA나 KLPGA 프로 선수들과의 동반 라운딩이었다. 이번처럼 대회에 갤러리로 참가하려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었다.

(좌측부터)숏 홀에서 티샷을 준비하는 선수와 관계자들.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임성아 선수. 텅 빈 페어웨이를 이동하는 윤채영, 배희경 선수.

1라운드가 폭우로 인해 취소되고 다음날 치러진 경기. 오후에 도착한 롯데스카이힐CC는 예상은 했지만 인적이 드물고 바람만 세차게 불고 있었다. 필드에 들어서니 경기를 마친 일부 선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깔끔한 폼과 매너로 필자를 포함해 삼촌팬이 많다는 김자영 선수도 보인다. 그렇게 선수들의 발자취를 따라 첫 홀부터 걷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보이는 디보트(divot) 자국으로 선수들이 펼쳤던 경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두 세 명씩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선수들 주변으로 선수 가족들과 약간의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강풍으로 인해서인지 선수들은 미스샷을 연발했고, 퍼팅도 힘겨워 보였다. 그 곳에서 올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최나연을 따랐던,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매킬로이와 리키 파울러를 쫓던, 그리고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를 에워쌌던 갤러리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생활인(生活人)으로서 프로 골퍼들이 있을 뿐이었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스포츠 스타가 아닌 생활인, 직업인으로서의 프로 골퍼들을 생각해 보았다. 투어를 위해 일년 중 절반 이상을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며, 숙박이나 교통비 등 대부분의 경비를 본인이 부담하며, 가족들이 총 출동하여 선수 한 명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에 국내 프로골프투어의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 연봉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유소연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것이다. 올해 초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약 3억원에 한화와 계약했고, 우승 상금 또한 만만치 않다. 올해 한국프로골프투어 남자 중 가장 많은 상금을 거머쥔 김경태도 5개 대회에 참가하여 4억 5천 만원을 벌었다. 거기에 후원사로부터 우승 보너스도 50~100%를 받는다. 당연히 후원사가 많을수록 수입은 늘어날 것이다. 소득세, 특별회비 등 10%를 제하고도 엄청난 연봉이다. 반면 상금랭킹 최하위인 선수는 공식적으로 6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소속사가 없다면 투어비용은 물론 생활비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파레토의 법칙’이 프로골프에도 적용됨을 의미한다. 즉 소득의 상위 20%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소득의 80%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번 KLPGA 갤러리 참관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스타가 아닌 직업인으로서 프로골퍼들의 치열한 생활 현장을 경험한 느낌이다.


디보트(divot) : 샷으로 인해 뜯겨 나간 잔디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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