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스포츠 지면이 아닌, 정치나 경제 지면에서 ‘골프’라는 단어가 나오면 십중팔구는 부정적인 내용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얼마 전 골프를 통한 로비 활동이나 업무 태만으로 문제가 된 내용을 다룬 ‘골프의 저주’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 사회에서 인식되는 골프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주는 듯하여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실상 골프를 즐기려면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 골프를 대중화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서는 대중 스포츠로서의 골프 활성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골프 대중화를 언급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골프를 순수 스포츠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치성 행위 정도로 여기는 이중 잣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왜 항상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대우(?)를 받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으로는 골프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라운드를 해보면 동반자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골프를 통해 상대방을 깊숙이 알게 되고 좋든 싫든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경기에 집중하는 프로 선수들도 홀 중간이나 대기 중에 경쟁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종종 포착된다. 얼마 전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최나연은 청야니와 좋은 친구라고 언급했다. 필드 위에서는 경쟁자도 동시에 동반자인 셈이다.

예전에는 친해지기 위해서 ‘밥을 먹자’거나 ‘술을 마시자’고 했다. 요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필드에 한 번 나가자’고도 한다. 과거 ‘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친밀감과 정을 나누고,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회적인 허울을 벗고 인간적인 진솔함을 나누고자 했다면, 골프 역시 그런 의미에서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라운드를 해보면 그에 대한 많은 성향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종합적이면서도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약속시간은 잘 지키는지, 비가 왔을 때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지, 기본적인 매너나 에티켓을 잘 지키는지, 실력 차이가 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할 정도로 여유로운 마음을 지녔는지를 알 수 있다.
동반자에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성적을 위해 혼자 플레이를 하는지, 자신의 성적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청하는지, 경기가 자신의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남 탓을 하는지, 똑 같은 실수를 계속했을 때 좌절하는지,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자신의 실력대로 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본성(本性)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구력이 있는 골퍼라면 코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적 성향은 강하게 나타난다. 캐디의 말을 따라 페어웨이에서 가장 안전한 지점만을 공략하는 사람, 약간은 무모해도 버디를 위해 모험을 하는 사람. 앞 팀이 밀려 대기 중에도 이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지, 심지어 페어웨이에 앞 팀이 있는데도 배려 없이 일단 공을 쳐 대는 사람도 있다. 비즈니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네다섯 시간의 라운드가 끝나고 식사를 하거나 술을 한 잔 할 때도 대부분은 골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골프’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니 오전에 생면부지였던 사람들도 오후가 되면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에 비즈니스에 골프를 활용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 네다섯 시간을 함께하며 같은 행동을 했고 또 동반자의 성향을 파악했으니 그에 맞는 제안이나 업무진행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큰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비즈니스 내용에 따라 플레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즈니스 골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분명한 선(線)이 존재한다. 문제는 항상 그 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불거지는 것이다.
단순한 친목도모의 골프보다 비즈니스 골프의 경우에는 신경 쓰거나 유념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라운드 중에 보여주는 매너와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를 쌓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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