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역대 최연소 우승이자 최소타인 16언더파, 와이어 투 와이어, 4일간 60대 타수(65-66-68-69)를 친 유일한 선수. 골프장의 상태도 좋았지만 그것은 완벽한 게임이었다.

지난 주말에 끝난 2011 US오픈 챔피언십의 우승컵은 22살의 젊은 로리 매킬로이에게 돌아갔다. 그는 선배 골퍼들이 쌓아온 기록들을 하나 둘씩 갈아치우며, 타이거 우즈를 이을 '차세대 골프황제'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2년 전에 타이거 우즈는 매킬로이가 세계 랭킹 1위가 될 것을 예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US오픈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 사람은, 유연하고 세련된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이 젊은 주인공만이 아니다. 오히려 챔피언 조로 3, 4라운드를 동반하며 최선을 다한 39살의 양용은에게 찬사를 보낸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에서는 매킬로이가 앞섰지만, 그 외에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안착률, 버디 퍼팅, 샌드세이브 등에서는 둘 다 같거나 오히려 양용은이 앞섰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집중하는 양용은의 모습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만약에 첫 홀부터 아쉬움을 남기며 홀만 맴돌았던 몇 개의 퍼팅이 들어갔다면, 어쩌면 우승자도 바뀔 수 있었다. 퍼팅난조라기 보다는, 양용은에겐 약간의 운이 더 필요했다.

보편적으로, 골프, 야구, 축구 등의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인 듯하다. 이 시기가 되면 기술적인 성숙함과 더불어 신체적인 조건도 최상의 상태가 유지된다. 우리가 아는 홈런왕 이승엽,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한국 축구를 한 차원 변신시키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 맨유의 박지성 역시 그 나이에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타이거 우즈 역시 그 연령에서 가장 멋진 샷을 날렸으며, 최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최근 우즈가 스캔들 후유증과 부상 등으로 예전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이미 우즈는 신체적으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시기를 지난 것이다.

그러므로, 매킬로이와 열일곱 나이차를 극복하며 좋은 경기를 보인 양용은은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극복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41살의 최경주가 지난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차지한 우승 또한 값진 것이다. 최근 박세리도 33살이라는 적지 않은 여자골퍼 나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꾸준히 자기관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다.

매킬로이와 같은 젊은 골퍼들에겐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때로는 건방지게 느껴질 정도의 자신감과 야망도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선배들과 달리 실전경험이 부족하며 한 순간의 좌절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만큼 내공과 단단함이 덜하다.

매킬로이가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큰 재목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의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우즈가 하루 빨리 부상을 극복하여 매킬로이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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