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다.

시즌 중반을 지나고 있는데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우승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년에 두 차례씩 우승을 했던 신지애와 최나연의 부진이 크다.

신지애는 지난 6일에 끝난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크리스티 커(미국)에 1타차로 아쉽게 역전 우승을 놓쳤다. 이보다 앞서 KIA클래식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세 번째 준우승을 한 셈이다. 지난해 상금왕이었던 최나연 역시 애브넷 LPGA 클래식과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각각 3위를 기록했던 것이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반면, 대만의 청야니는 지난주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1인자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물론 PGA나 LPGA 투어는 전세계 골프 강자들이 모인 만큼 우승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LPGA 투어에서 보여준 한국 여자 선수들의 성적은 놀라웠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매년 우승이 끊이질 않았다. 2006년에는 11승, 2009년에는 12승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런데 올 시즌 LPGA의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은 왜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퍼팅 정확도가 떨어졌다. 세계 정상급의 투어 프로들에게는 퍼팅 감각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지애 역시 최고의 퍼팅 능력을 보유했지만, 시력 교정수술 이후 예전의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도 14번과 15번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친 것이 우승을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전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 준우승자였지만 금년에는 23위로 부진했던 최나연 역시 성적은 꾸준히 10위권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6회 참가 대회 평균 퍼트 수는 30.2로 청야니와 크리스티 커에 뒤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체력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일본, 국내를 오가며 경기를 강행하다 보니 컨디션과 체력에 무리가 와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기에다 LPGA투어 코스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각국의 시드(seed)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대회 숫자가 있으며, 스폰서나 상금 등을 이유로 포기하기 어려운 경기가 많다.

마지막으로 정신력 측면에서, 절박함이나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PGA나 LPGA에서 1승의 가치는 대단하다. 우승상금만 해도 작게는 72만 달러에서 많게는 300만 달러가 넘는다. 상금보다 훨씬 많은 부수입이 보장되고, 각종대회에서 받는 초청금액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일정 궤도에 오른 선수들에겐 스폰서가 있어서 금전적인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1998년 박세리가 보여줬던 그 맨발 투혼을 잊지 못한다. 스포츠 정신의 백미였다.

물론 올 시즌 아직 남은 대회가 더 많다. 우리가 기대하는 선수들도 점차 경기 운영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40여 명이라는 두터운 선수층도 우승을 향한 원동력이다. 필자는 빨리 찾아온 이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LPGA 시즌 첫 우승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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