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캐슬파인 골프클럽

그렉 노먼의 캐디였고, 현재는 타이거 우즈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는 골퍼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클럽을 다양하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홀의 연속인 골프장에서는 다양한 골프클럽을 사용할 기회가 없다. 습관처럼 드라이브 샷을 날린 후 선호하는 특정 몇 개의 우드나 아이언, 웨지클럽을 가지고 대부분의 플레이를 해도 무난하다. 많은 골프장을 두루 다닌 필자 역시 준비한 클럽을 모두 사용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캐슬파인은 달랐다. 코스 환경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필요로 했고 공략을 위한 다양한 클럽 선택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대규모의 아울렛이 위치한 여주. 거기다가 토요일 오후라는 기막힌 타이밍은 캐슬파인GC까지 가는 골퍼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긴 자동차 행렬을 뚫고 도착한 골프장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세련된 클럽하우스는 숲 속의 작은 성처럼 아늑했고, 오래된 소나무가 골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캐슬파인'이란 이름 값을 톡톡히 한다.

캐슬파인GC는 회원제 18홀로 밸리(Valley)와 레이크(Lake)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18홀 골프장으로서는 상당히 넓은 38만평의 부지에 전체 길이가 7,005야드다. 자연 지형을 제대로 살려서 인공적이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의 홀이 하나도 없이 다이내믹하다. 처음 라운딩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코스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전 홀에 대한 아쉬움과 다음 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레이크 코스는 첫 홀부터 커다란 연못이 그린 바로 앞에 있다.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이 레이크 코스는 다섯 개의 연못이 구릉 및 주변산림과 조화를 이룬다. 벨리 코스에서는 홀 간 이동 중에 깊은 계곡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쭉쭉 뻗은 자연림을 감상할 수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도전적이면서 재미있는 코스들이 대부분이다. 타이거 우즈처럼 드라이브를 내려놓고 전략적으로 아이언이나 우드로 티샷을 공략해도 좋다. 혹은 골퍼에 따라서는 끊어 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타깃을 향해 가로지르는 긴 드라이브 샷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굴곡이 많아 어렵긴 하지만 그린의 상태도 상당히 좋다. 캐슬파인GC는 무작정 비틀어 놓아 어렵기만 한 코스가 아니라, 다양한 클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플레이를 할수록 더 도전해 보고 싶은 코스다.

필자 역시 레이크코스 4번 홀에서 예상치 못한(?) 도전으로 뜻밖의 기회를 맞이했다. 파5에 좌우로 이어지는 도그렉홀이라, 캐디는 코스에 따라 돌아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장타자라면 구릉을 넘겨치는 모험적인 샷으로 도전할 만 하고, 성취감과 보상도 분명히 따른다. 물론 실패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겠지만.

경기가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나왔다. 프러시안 블루로 물든 밤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날 것 같이 청명하다. 긴 여운이 남는 아쉬움과 함께 다음에 재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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