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149회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차지한 콜린 모리카와가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콜린 모리카와(24·미국)는 과소평가된 적이 없다.

하와이에 이민 온 일본계 아버지와 하와이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UC버클리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골프선수로 활약할 때부터 유망주였다. 대학에 재학하면서 전미 대표팀에 3번이나 선발되는가 하면 미국 대표로 미국과 영국 아마추어 대항전인 워커컵 대회와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인 아이젠하워 트로피 대회 등에 출전했다. 2018년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해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위크는 그를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201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프로로 전향해 데뷔 첫해 6번째 출전한 베라쿠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데뷔 후 22개 대회 연속 컷 통과하면서 역대 두 번째로 긴 컷 통과기록도 세웠다. 가장 긴 컷 통과는 타이거 우즈로 25개 대회다.

2020년 워크데이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처음 참가한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 시즌 들어서도 워크데이 챔피언십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149회 디 오픈이 열리는 영국 켄트주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GC(파70)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유망주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우승이 유력시되는 파워랭킹에 10위로 이름이 오른 것만 해도 고평가된 셈이었다.

당시 PGA투어의 전문가들이 뽑은 파워랭킹에는 1위 존 람, 2위 젠더 쇼플리, 3위 조던 스피스, 4위 브룩스 켑카, 5위 루이 우스트히즌, 6위 맷 피츠패트릭, 7위 빅토로 호블란, 8위 패트릭 리드, 9위 패트릭 켄틀레이 등 막강한 이름이 올라 있었고 그 밖에 저스틴 토마스,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셰인 로리, 이언 폴터, 토니 피나우, 해리스 잉글리시, 더스틴 존슨, 루카스 허버트, 알렉스 노렌 등이 뒤를 이었다.

그에게 영국의 링크스 코스 경험은 디 오픈 직전 스코틀랜드 노스버위크의 르네상스클럽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애버딘 스코티시 오픈이 처음이다. 호주교포 이민우(23)가 우승한 이 대회에서 모리카와는 합계 3언더파 공동 71위로 프로 전향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디 오픈이 열린 로열 세인트조지스GC는 그가 두 번째로 경험하는 링크스 코스였다. 더욱이 그가 경험해온 미국의 코스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울퉁불퉁한 페어웨이, 구겨진 그린, 항아리 벙커, 공이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러프, 발자국에 다져진 길, 홀 구별이 어려운 코스 배치 등은 추상화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모리카와는 난해한 링크스 코스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에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혼재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에 날리던 송곳 같은 아이언샷을 날렸고 필 미켈슨을 닮은 용기와 미소로 영국의 골프팬들을 매료시켰다. 

파워랭킹의 예측대로 2017년 디 오픈 챔피언 조던 스피스, 존 람, 2010년 디 오픈 챔피언 루이 우스트히즌이 그와 함께 우승 경쟁을 다투었지만 선승(禪僧)을 연상케 하는 고고한 경기를 펼친 모리카와가 로열 세인트조지스 코스 위에 새로운 그림을 완성하는 일을 막지 못했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149회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차지한 콜린 모리카와가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조요한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모리카와의 성적표는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 2019년 PGA투어 데뷔 후 5승째(메이저 2승)다. 

집요하게 추격했던 조던 스피스가 13언더파로 2위, 루이 우스트히즌과 존 람이 11언더파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는 다윗이 골리앗을 제압한 모습이었다. 황소 같은 완력을 자랑하는 브룩스 켑카가 8언더파로 공동 6위, 더스틴 존슨이 7언더파로 공동 8위, 브라이슨 디섐보는 2언더파로 공동 33위, 로리 매킬로이는 이븐파로 공동 45위에 머물렀다.

모리카와가 로열 세인트 조지스GC에 남긴 그림은 디 오픈은 물론 PGA투어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약 11개월 만에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모리카와는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다른 메이저 대회를 첫 번째 도전으로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잭 니클라우스, 벤 호건, 아놀드 파머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진 사라젠, 바비 존스, 잭 니클라우스, 세베 발레스테로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등이 최근 100년 동안 25세 이전에 메이저 대회에서 다승을 거뒀는데 모리카와도 여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149회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차지한 콜린 모리카와. 사진제공=Getty Image for THE CJ CUP


디 오픈과 PGA챔피언십을 25세 이전에 우승한 선수는 그동안 타이거 우즈가 유일했는데 모리카와가 동참하게 됐다. 

그는 또한 그는 그렉 노먼(1993년), 닉 프라이스(1994년), 타이거 우즈(2000년), 헨릭크 스텐슨(2016년), 조던 스피스(2017년)와 함께 4라운드 내내 60대 스코어를 기록한 여섯 번째 우승자다.

동시에 모리카와는 도쿄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세계랭킹 4위로 미국을 대표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모리카와는 존 람, 저스틴 토머스, 잰더 쇼플리 등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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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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