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러피언투어 롤렉스 시리즈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호주교포 이민우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될성부른 떡잎’ 이민우(23·호주)가 어느새 개화의 시절로 접어들었다.

이민우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버윅의 르네상스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토마스 데트리(28·벨기에), 맷 피츠패트릭(27·잉글랜드)과 동타를 만든 뒤 1차 연장전에서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2월 호주 멜버른 비치 골프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2승째다. 

이번 우승은 ‘이민지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유러피언 투어의 강자로 홀로 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우승은 세계적인 강자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거둔 승리라 더욱 값져 보인다.

스코티시 오픈은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의 전초전 역할을 해 유러피언 투어는 물론 PGA투어의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왔다. 

이번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세계랭킹 2위 존 람(27·스페인)을 비롯해 랭킹 3위 저스틴 토마스(28·미국),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 잰더 쇼플리(27·미국), 스코티 셰플러(25·미국), 이언 폴터(45·영국), 라이언 파머(44·미국), 리 하오통(25·중국) 등 강자들이 즐비했다.

이민우는 강자들 틈에서 오히려 샷이 불붙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냈다. 3번 홀(파5)부터 8번 홀(파4)까지 무려 6홀 연속 버디를 잡은 뒤 16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연장전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연장 1차전에서 혼자 버디 기회를 살려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대회마다 파워랭킹 단골 1순위에 오르는 존 람이 7위, 저스틴 토마스가 8위, 루카스 허버트와 라이언 파머, 이언 폴터가 공동 4위, 신예 강자 잰더 쇼플리가 10위, 스코티 세플러가 공동 12위, 토미 플리트우드가 공동 26위, 리 웨스트우드 공동 35위, 로리 매킬로이가 공동 88위에 오른 것을 보면 이민우의 플레이가 얼마나 탁월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열리는 디 오픈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민우 프로가 지난 2020년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누나 이민지 프로가 기뻐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olf Australia


남매는 주니어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민지가 2012년 US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챔피언십에 올랐고 이민우는 4년 뒤 US 주니어 아마추어 정상에 올랐다.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를 제패한 첫 남매다.

이민지는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2013, 2014년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석권한 뒤 프로로 전향,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공동 16위에 오르는 등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LPGA투어 통산 6승을 거두었다.

누나의 성공에 자극받은 이민우도 유러피언 투어에 진출, 2020년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첫 우승을 하고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스폰서 초청선수로 출전하는 등 명성을 쌓아갔다.

키 182㎝, 몸무게 74㎏으로 날씨한 체형이지만 특유의 유연성으로 장타를 자랑한다.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308.89야드로 25위에 올라있다. 이번에 우승을 거머쥔 것도 호쾌한 장타에 높은 그린 적중률(94.44%) 덕이다.

▲2021년 유러피언투어 롤렉스 시리즈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호주교포 이민우 프로. 사진제공=Golf Australia


이민우는 지난 2019년 1월31~2월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로열 그린스 G&CC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한 중국의 리 하오통(23·李昊桐)과 함께 세계 남자골프의 핵으로 주목받았다. 

이 대회는 주최 측이 세계 유명 선수들을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초청료를 제시, 특급선수들이 미국에서 열리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을 외면하고 대거 참석해 PGA투어 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모았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 2위 브룩스 켑카, 3위 더스틴 존슨, 5위 브라이슨 디섐보, 메이저 우승자인 패트릭 리드, 헨릭 스텐손,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언 풀터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참가하는 바람에 ‘광란의 골프 페스티벌’ 피닉스오픈의 열기가 기대만큼 달아오르지 못할 정도였다.

리 하오통은 경기 내내 태풍의 핵으로 위력을 과시했다. 183cm 70kg의 골프 하기 좋은 체격에 서구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장타력과 아이언 샷을 구사했다. 67-65-62-69라는 스코어가 그의 준수한 경기력을 증명해준다. 

특히 3라운드는 신의 강림이었다. 그는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휘둘렀는데 버디는 2개인데 반해 이글이 4개나 되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더스틴 존슨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 더스틴 존슨이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며 2타 차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 하오통의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초청선수로 이 대회에 출전한 이민우는 프로 데뷔 두 번째 무대에서 단독 4위에 올라 ‘될성부른 떡잎’임을 보여주었다.
이민우가 PGA투어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남매가 동시에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 선수로 활약하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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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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