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우승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르히오 가르시아(40)에게선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눈은 무엇을 강하게 갈구하는 듯 이글거리지만 선하다. 얼굴에선 개구쟁이 소년의 장난기가 넘친다. 호기심 많은 말썽꾸러기 같다. 

그의 모국은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 얼굴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극히 스페인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알만한 스페인의 유명 골프선수들이 거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세베 바예스테로스(1957~2011),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54),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57)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계보가 세르히오 가르시아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한결같이 정열적, 즉흥적, 다혈질이란 말이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존 람(26)도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상당히 미국화되었지만 역시 같은 계보임을 알 수 있다.

이 선수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격정적인 플라멩코가 연상된다. 투우, 사라사테, 볼레로, 집시, 불꽃이 튀는 듯한 기타 음률이 경쟁하듯 튀어나온다.

이런 배경을 보고 나면 가르시아에게 '악동(惡童)'이란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샷을 하기 전에 거의 열 번 정도 왜글(준비동작)을 해 동료선수들이 함께 라운드하기를 꺼리기도 했지만 악동 수준은 아니었다. 튀는 행동도 갤러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재밋거리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2007년 3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에서 그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 경기 중 3퍼트를 한 뒤 홀에 침을 뱉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찍혔고 갤러리들도 목격했다. 이 사건으로 그의 이마엔 '악동'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2013년에는 우즈를 상대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악동이란 꼬리표가 붙었지만 프로골퍼로서 그의 가치는 퇴색하지 않았다. 1999년 8월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한 뒤 11년 동안 유지했다. 슬럼프를 겪은 2010년 50위 밖으로 밀려났으나 2011년 8월 50위 이내로 복귀해 9년 동안 자리를 지키다 지난달 말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51위로 밀렸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머문 기간을 보면 그의 위상을 알 수 있다. 50위 이내에 통산 1천 주(週) 이상 머문 선수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짐 퓨릭, 어니 엘스와 세르히오 가르시아뿐이다.

세계랭킹 50위 이내는 메이저 등 특급대회 출전 기준이 되기에 프로골퍼로선 귀족 대우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징성이 있다.

1996년 브리티시오픈으로 프로 첫 대회를 치른 그는 '유럽의 신성'으로 부상했었다. 199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붙어 준우승하면서 우즈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금방 꺾였다. 2001년 뷰익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린 뒤 한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으나 메이저대회에서 불운이 이어졌다. 2007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18번 홀에서 2.4m 거리의 퍼트를 놓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연장을 허용하면서 메이저 우승을 날렸다. 
2008년 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또 해링턴에게 막혔고 2014년 브리티시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머물렀다. 

2017년 4월 마스터스에서 연장전 끝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꺾고 메이저의 무승의 한을 풀었다. 

이런 가르시아가 10월 5일(한국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 잭슨CC(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피터 맬너티(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PGA투어 통산 11승째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가르시아의 이날 라운드는 무려 9타를 줄이고 경기를 끝낸 맬너티 추격전으로 진행되었다. 14번 홀(파5) 두 번째 샷을 홀 약 1m 옆에 붙여 이글을 잡고 맬너티와 동타를 이룬 뒤 마지막 홀 버디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2017년 4월 마스터스 우승 이후 3년 6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우승보다는 눈을 감고 하는 퍼트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퍼트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 시즌 티샷 득실은 0.848타(3위)였는데 퍼트는 -0.754타(187위)다. 드라이버를 잘 치고도 퍼터로 망쳤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못 간 것도 퍼트의 난조 때문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퍼트가 안 돼 그립을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했으나 잘 안됐다. 3년 전부터 눈을 감은 체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퍼트해보니 가장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눈을 뜨고 할 때도 있었지만, 눈을 감고 시도한 퍼트가 70∼75% 된다. 2017년 마스터스에서도 눈 감고 퍼트해 우승했다"고 털어놨다.

퍼트할 때 눈을 감는 것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니 정설도 있을 수 없다. 눈을 떴을 때 집중력을 방해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눈을 뜨고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굳이 눈을 감을 필요가 없다.

많은 선수들이 퍼팅은 물론 일반 샷을 할 때도 눈을 감고 하는 연습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연습이다.
가르시아가 퍼팅의 난조를 해결하기 위해 눈을 감을 정도에 이르렀으니 악동이 구도자로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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