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호스트인 잭 니클라우스와 2020년 우승자 존 람.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97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유행한 토니 올란도와 던(Tony Orlando & Dawn)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고목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라는 팝송은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다. 

1960년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어느 전과자의 얘기를 한 저널리스트가 각색해 뉴욕 포스트에 ‘Going Home(귀향)’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내용을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노래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I'm coming home, I've done my time.(난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요. 복역을 다 마쳤거든요.)

 Now I've got to know what is and isn't mine.(이제 난 무엇이 내 것이고 내 것이 아닌지 알아야만 해요.) 

 If you received my letter telling you I'd soon be free,(당신이 내가 곧 풀려난다는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다면)

 Then you'll know just what to do.(그땐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거예요.)

 If you still want me, If you still want me.(당신이 여전히 나를 원한다면, 당신이 여전히 나를 원한다면.)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고목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하나 묶어주세요.)

복역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사나이는 3년이란 세월 때문에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을 반길지 자신이 없다. 여전히 자신을 원한다면 마을 어귀 고목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달라는 편지를 보냈지만 확신할 수 없다. 참나무에 노란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그는 버스에 탄 채로 자신을 원망하며 모든 걸 잊고 여인이 사는 마을을 그냥 지나칠 참이었다.

차마 노란 리본이 달리지 않은 참나무를 볼 수 없어 버스 기사에게 확인을 부탁한 사나이는 버스 속 승객들의 환호에 놀란다. 마을 어귀 늙은 참나무에 하나가 아닌 100개의 노란 리본이 꽃처럼 달려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 


노란 리본은 17세기 영국의 청교도혁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복이 없던 청교도들이 자신들의 상징으로 노란 리본을 달았다고 한다. 이후 청교도들이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군인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1979년 주 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이 일어났을 때 외교관 가족들이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집 앞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단 것을 계기로 노란 리본 캠페인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이 일어났을 때도 전쟁터에 나간 가족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노란 리본에 담았다.

한국에서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사회단체들이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을 벌였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노란 리본은 대중적인 의사표시 방법으로 정착되었다.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GC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한 스페인의 존 람(25)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의 모자에 노란 리본이 꽂혀 있었다.

존 람으로선 PGA투어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로리 매킬로이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1989년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31년 만에 스페인 선수로 남자골프 세계 1위에 오르는 영광도 않았다. 

그러나 우승을 확정한 뒤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살아있는 골프 전설이자 뮤어필드의 터줏대감인 잭 니클라우스(80)였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의 우승자가 니클라우스와 악수를 나누는 것은 전통적인 관례지만 이번엔 특별했다.

잭 니클라우스는 18번 홀 그린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존 람은 장갑을 벗고 니클라우스에게로 다가가 주먹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의 주먹 인사는 짧은 순간에 이뤄졌으되 만감이 오가는 순간이었다. 

니클라우스와 부인 바바라 여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어렵게 회복했고 존 람은 최근 코로나19로 가족 2명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 순간 모자에 노란 리본을 단 우승자 존 람과 잭 니클라우스의 만남은 더 이상 극적일 수 없었다. 

골프코스에 노란 리본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잭 니클라우스이기 때문이다.

니클라우스는 1968년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부인 바바라 니클라우스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 아들인 11세 소년 크레이그 스미스를 만났다. 니클라우스의 열성 팬이던 스미스는 희귀병인 소아암 진단을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처럼 골프, 농구를 즐기고 트럼펫을 불었던 소년은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 니클라우스는 그런 스미스의 영웅이었다. 

어느 날 니클라우스가 스미스에게 “좋아하는 골프 티셔츠 색깔이 뭐니?”하고 물었다. “노란색”이라는 대답에 니클라우스는 “앞으로 골프대회 마지막 라운드가 열리는 일요일마다 노란 티셔츠를 입을 거야. ‘안녕 크레이그’라는 표시로 말이야.”하고 약속했다. 스미스는 니클라우스에게 노란색이 우승을 부르는 행운의 색깔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미스는 1971년 13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니클라우스는 그를 잊지 않았다. 대회에 출전해 마지막 라운드가 되면 늘 스미스가 말했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필드에 나섰다. 1971년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과 PGA챔피언십 정상에 섰을 때 트로피를 안은 그의 티셔츠 색깔은 노란색이었다.

니클라우스 부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PGA투어, Children's Miracle Network Hospitals와 공동으로 5년 동안 1억 달러의 비보험 아동 치료기금을 모으기로 했는데 선수들도 이에 호응, 노란 리본으로 이 모금 운동 지원해 나섰다. 지난 3월 열린 혼다 클래식에서도 선수들이 마지막 라운드에 노란 리본을 달아 니클라우스의 캠페인을 지원했다. 

▲PGA에서 활약했던 프로골퍼 제러드 라일은 2018년 백혈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AFPBBNews = News1

PGA투어 선수들은 이 소년 외에도 백혈병과 싸워온 호주의 제러드 라일(1981~2018)을 위해서도 자주 노란 리본을 달
았다. 

라일은 17세 때인 1999년 처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2005년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 입문, 2007년부터 본격적인 PGA투어 선수로 활약했다. 2008년 웹닷컴 투어에서 2승을 따냈으나 2012년 다시 백혈병이 발병해 필드를 떠났다가 2014년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이후 2년간 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그는 상태가 나빠져 다시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이에 PGA투어 선수들은 2018년 8월 윈덤 챔피언십 등 여러 대회에서 그의 쾌유를 기원하며 노란 리본을 달았다.

2018년 8월8일 제러드 라일이 36세로 사망한 뒤에도 2019년 2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GC에서 열린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때 노란 리본을 달고 그를 추모했다.

제러드 라일은 하루에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두 번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5년 12월 호주 멜버른 야라야라GC에서 열린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자선 골프대회에 참가, 파3인 15번 홀(149m)에서 오전과 오후에 홀인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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