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 TPC 샌안토니오 챔피언십에서 데이비드 립스키와 PGA 투어 워크데이 채리티오픈에서 콜린 모리카와.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곳곳에서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고(柔能制剛),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弱之勝强)는 것을 강조했다. 노자는 ‘세상에 물보다 약한 것이 없으나 굳은 것을 이기는 데는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며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설파했다. 

‘혀는 부드러워서 보존할 수 있고 이는 단단해서 부러진다’는 비유 역시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상선약수’의 철학을 담고 있다. 

노자를 모르더라도 물의 위력 앞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은 아기의 손가락에도 부서지고 흔들리지만 단단한 얼음이 되기도 하고 수증기나 안개가 되어 경계 없이 넘나드는가 하면 구름으로 떠돌다 다시 우박, 눈, 비로 내려 생태계를 지배한다.

물의 위력(偉力)은 ‘힘 없음(無力)’에서 나온다. 당장은 힘이 없어 보이지만 다양한 환경에 스며들어 적응함으로써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힘으로 변하는 것이다.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뮤어필드에서 열린 PGA투어 워크데이 채리티오픈에서 콜린 모리카와(23)가 연장 끝에 저스틴 토마스(27)를 누르고 정상을 차지했다. 

같은 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 TPC 샌안토니오 챔피언십에서 데이비드 립스키(32)가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우승컵을 품었다.

데이비드 립스키와 콜린 모리카와는 닮은 점이 많다. LA의 라 카나다고교의 동문으로 립스키가 9년 선배다. 

두 선수 모두 동양계 미국인이다. 립스키의 아버지는 유태인으로 동유럽,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모리카와는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이다.

립스키는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모리카와는 UC버클리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두 선수 모두 10대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학업과 골프를 병행했다. 

립스키는 TPC 샌안토니오 챔피언십 3라운드를 끝내고 고교 후배인 모리카와와 마지막 날 서로 잘 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난 뒤 둘 다 감격적인 우승을 했다.

립스키는 대학 졸업 후 PGA투어 Q스쿨에 도전했으나 탈락, 아시아와 유럽 투어에 뛰어들었다. 2012년부터 아시안투어에서 2승, 남아공 선샤인투어에서 1승,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을 거두는 등 세계 각지를 전전해온 전형적인 노마드 골퍼다. 

콜린 모리카와 역시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2019년 PGA투어에 들어와 신예 강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7월 베라쿠다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으나 신인왕은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한 임성재(22)에게로 돌아갔다.

워크데이 채리티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장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PGA투어 최강자 중의 한 명인 저스틴 토마스(27)를 누르고 데뷔 2년 차에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모리카와는 동양계 혼혈인(biracial)임에도 불구하고 신사적인 매너와 지능적인 경기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길지 않은 비거리나 퍼팅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경영학도답게 미스샷의 확률을 줄이는 경기를 펼쳐 브라이슨 디샘보(27)와 함께 학구적인 골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데뷔 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컷 탈락하기 전까지 22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펼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타이거 우즈(25회)에 이어 역대 2위의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아시아계 혼혈인으로 온갖 사회적 벽을 극복하며 값진 우승을 거둔 데이비드 립스키와 콜린 모리카와는 노자가 칭송해 마지않은 ‘上善若水’의 실천 모델로 손색이 없다.

인내심을 갖고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면서 꾸준히 내적인 힘을 키워 자신의 꿈을 성취해나가는 모습은 위대한 물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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