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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4월초 <클럽과 볼이 지나치게 가까워도 골프를 망친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에 한 애독자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잠깐 바람을 가를 뿐… 캬~’

일체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스윙을 강조하면서 이상적인 스윙을 검술에 비교해 ‘최고 수준의 검객은 결코 칼춤을 추지 않는다. 필요할 때 잠깐 바람을 가를 뿐이다. 요란한 칼춤은 망나니의 몫이다.’라고 썼었다.

관련 칼럼: 클럽과 볼이 지나치게 가까워도 골프를 망친다?

애독자는 이 대목에서 ‘잠깐 바람을 가를 뿐’을 인용해 ‘캬~’라는 감탄사를 덧붙여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처음 이 댓글을 대했을 때 ‘내 칼럼에 공감하시는 독자구나, 보통의 골프 고수가 아니시구나’ 하고 고맙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꾸준히 고요하면서도 힘찬 샷을 연습하면서 이 댓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 잠깐 바람을 가를 뿐이다’라고 표현하고도 솔직히 그 느낌은 추상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최근 이 댓글을 떠올리며 ‘칼이 바람을 가르듯, 클럽도 바람을 가른다’는 이미지로 스윙을 해보고 예전과 전혀 다른 스윙이 만들어지는 데 놀랐다.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는 스윙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잠깐 바람을 가를 뿐’이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렬했고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몸의 경직도 사라지고 방향성도 좋아지고  타구의 일관성도 탁월해졌다. 

새로운 스윙의 세계를 맛보게 해준 그 독자님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 칼럼을 쓰기로 했다.

모든 골프 레슨의 목표는 힘으로 볼을 때려내는 것이 아니라 스윙의 과정에 볼이 맞아 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으로 실현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it at’이 아니라 ‘Hit through’를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문 골프교습가들은 이를 위해 ‘No ball method’라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즉 앞에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빈 스윙하듯 스윙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빈 스윙을 하듯 몸을 요동치지 않으며 하는 스윙을 나름대로 ‘고요한 샷’이라 명명했다. 그러면서 서예의 일필휘지, 걸림 없는 샷, 옹이 없는 샷, 스치는 소매 등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어니 엘스처럼 부드러운 샷, 고(故) 고우영 화백의 우아한 스윙,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의 아름다운 스윙을 재현하려 애썼다. 

20여 년 전 우연히 지하연습장에서 마주쳤던 81세 할머니의 걸림 없는 풀 스윙에 대한 반추도 큰 도움이 되었다.

관련 칼럼: 81세 할머니의 걸림 없는 스윙을 반추하며

귀가 닳도록 듣게 되는 “힘을 빼라” “때리지 말고 지나가라” “스윙궤도로 쳐라”는 말들은 모두 골프채를 볼에 집착시키지 말라는 뜻의 여러 가지 표현인데 ‘잠깐 바람을 가를 뿐’은 이 모든 다양한 표현이 함축된 액기스 중의 액기스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오늘도 ‘바람을 가르듯’이란 이미지로 스윙을 하며 희열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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