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봄은 골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골퍼라면 핸디캡에 관계없이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겨우내 갈고닦은 기량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연습을 게을리한 골퍼라도 올봄에는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스포츠 행사가 마비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일반인의 라운드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영국이나 캐나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일반인의 골프를 금지하거나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리면 이 땅에서도 골프가 금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회적 거리 지키기’가 충실히 이행되는 가운데서도 골프장 주차장은 승용차로 빼곡한 것을 보면 봄을 맞은 골퍼들의 설렘을 보는 듯하다. 

특히 지난겨울 모처럼 체력 보강훈련에 체계적인 스윙 개조로 자신감을 얻은 골퍼라면 잔디가 파릇파릇 솟아나는 4월 골프코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그러나 봄 라운드에서 만족했다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필드로 달려갈 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다음날 만나면 하나같이 표정이 시무룩하다. 

“어제 라운드 잘 하셨지요?”하고 물어서 긍정적인 답변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럭저럭 쳤지요.” “하루아침에 달라지겠어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간혹 느낌은 좋았는데 라운드를 자주 못해서 그런지 어프로치에서 실수를 하고 퍼팅이 잘 안된다는 답변을 듣는 정도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라고 노래했다.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쉽게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봄을 맞아 지상의 생명체들이 죽음과 같은 땅에서 깨어나 생명을 키워내려는 몸부림이 전해진다. 

4월은 골퍼들에게도 잔인한 계절이다. 3~4개월의 휴지기를 보내고 맞는 4월은 골퍼들에게 긴 어둠의 터널 끝자락이다. 어둠의 터널 속에서 골퍼들은 터널의 밖이 예전과 다르리라는 꿈을 갖고 무서운 인내심을 발휘하며 터널이 끝나기를 기다려왔다. 

그렇게 고대해온 봄의 골프가 잔인한 것은 오로지 자신 탓이다. 동계훈련이 안겨준 자만심, 지나친 기대, 올봄엔 달라지겠지 하는 근거 없는 환상이 낳은 결과다. 

매년 되풀이되는 잔인한 4월을 무사히 넘기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 외에 묘책이 없다. 초보 시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겠지만 골프를 재정비하기 위해 다시 한번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골프서적을 훑어보면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본사항들이 너무나 많은 것에 놀란다.

톰 왓슨은 골프의 필수 3요소로 욕망(Desire), 헌신(Dedication), 결단(Decision)의 3D를 꼽았다.
빌리 캐스퍼는 챔피언이 되기 위한 필수 3D로 Desire(욕망), Devotion(헌신), Discipline(절제)을 꼽았다. 
레슨프로 출신의 골퍼 밥 토스기는 골프에서 훌륭한 샷을 위해서는 5P가 필요하다며 Preparation(준비), Position(위치), Posture(자세), Path(궤도), Pace(보조)를 강조했다. 실전의 필수사항들이다. 
골퍼가 새겨둬야 할 것으로 Ability(능력), Ambition(의욕), Attitude(자세)의 3A도 있다.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하려면 두 가지 3C를 갖춰야 한다는 금언 역시 진리다. Confidence(자신), Concentration(집중), Control(자제)의 3C와 Consistence(견실), Composure(침착), Courage(용기)의 3C다. 피해야 할 3C는 Confusion(혼란), Complain(불평), Consolation(자위)를 꼽는다. 

이같은 금과옥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은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목표가 없는 끝없는 게임(Endless game without goal)’이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깨달아가는 게임’이다. 나이가 70이 넘어서도, 구력이 30년을 넘었어도 어느 날 필드에서 돌아와 “이제야 골프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아!”하고 무릎을 치는 이유다. 

필자에게 한 사람의 골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3가지를 꼽으라면 통찰력(Penetration), 결단력(Decision), 집중력(Concentration)을 들고 싶다.

통찰력이란 골프코스의 지형적 특징과 각 홀의 특징을 알아내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환경의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서 그 홀이 숨기고 있는 함정과 유혹을 읽어내고 안정적이고도 효율적인 공격 루트를 찾아내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한결 쉽다.

흔히들 짧은 파4나 파5 홀을 소개할 때 캐디들은 ‘서비스홀’이라고 말하지만 서비스 홀이란 없다. 코스설계가들은 거리를 짧게 하는 대신 함정을 숨겨놓는다. 함정이 없어도 플레이어 스스로가 만만하게 보고 욕심을 부려 덫에 걸려든다. 

통찰로 얻은 정보를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공략방법을 결정하는 능력이 결단력이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설마를 믿고 공략하는 것은 올바른 결단력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냉철함이다.

훌륭하게 통찰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리고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자신이 모은 정보를 신뢰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을 확고하게 믿고 온 정성을 쏟아 원하는 샷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집중력이다. 

겨우내 연습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나 막연한 기대감은 옆으로 접어두고 위에 예로 든 기본에 충실한다면 4월이 잔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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