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1998년 L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당시 박세리 프로, (오른쪽) 2020년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 프로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임성재(22)에게 쏠리는 골프 팬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주위의 골프 애호가들에게서 무엇인가 구원의 빛을 찾으려는 심리도 읽힌다.

지난해 신인왕에 이은 그의 올 시즌 행보는 괄목상대할 만하다. 혼다 클래식 우승에 이어 직후 대회인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이며 단독 3위에 올라 ‘PGA투어의 강자’로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리는 ‘플로리다 스윙’ 4개 대회 중 세 번째 대회이자 총상금 1,500만 달러가 걸린 메이저대회 수준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임성재에게 거는 골프 팬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2의 박세리’를 기다리는 듯한 간절함까지 전해진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IMF사태’로 절망의 터널에 갇혀있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듯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돈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임성재의 현재 기세로 보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경주(49), 김시우(24)의 길을 밟지 못할 것도 없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릴 만큼 지구촌 최강자들이 총출동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컵을 차지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최경주와 김시우는 이런 예상을 깨고 우승,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그다음 차례가 임성재이길 바라는 게 한국 골프 팬들의 소망이다.  

9년 전인 2011년 5월 열린 이 대회에서 최경주의 추격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악천후로 3라운드 경기 순연됐을 때 10번 홀까지 마친 최경주의 순위는 공동 5위였다. 이튿날 새벽에 속개된 3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남은 홀에서 2타를 더 줄여 데이비드 톰스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2타 앞선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 데이비드 톰스와 함깨 챔피언조로 4라운드를 맞은 그는 공동선두와 4위 사이를 오르내렸다. 바닥에 독사가 우글거리는 절벽에 걸린 나무 덩굴을 잡은 형국이었다. 

이때 ‘탱크’ 최경주의 진가가 발휘됐다. 단독 선두였던 맥도웰은 PGA투어 선수 중 흔들리지 않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톰스와, 매의 눈과 황소 같은 최경주의 추격에 스스로 무너져 승부는 최경주와 톰스로 좁혀졌다. 연장전으로 첫 홀에서 최경주는 파를 성공시키며 3년 4개월간의 갈증을 푸는 우승을 차지했다. 
PGA투어 홈페이지 등 미국 언론들은 “최경주가 한국선수 중 가장 큰 승리를 거두었다”며 “최대의 41세 생일선물”이라고 전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7년 5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대회의 주인공은 21세의 김시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라운드를 공동선두 카일 스탠리와 J.B. 홈즈에 2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다른 스타급 선수들이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사이 무서울 정도의 평정심과 자제력을 발휘,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선두에 올라선 뒤 끝까지 보기 없는 플레이로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이언 풀터와 루이 우스투이젠만 추락을 면해 공동 2위에 올랐을 뿐 로리 매킬로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등 톱 랭커들은 참담한 추락을 맛보았다. 

당시 21세의 김시우는 2004년 호주의 애덤 스콧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23세)을 깨고 최경주에 이은 두 번째 코리안 챔피언으로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번엔 임성재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소박하게 “1차 목표는 컷 통과”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PGA투어닷컴에 실린 전문가들의 경기 예측에서 그는 다크호스로 지목되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우승 후보는 저스틴 토마스, 로리 매킬로이, 토미 플리트우드, 패트릭 캔틀레이로 압축되었지만, 임성재는 3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우승 경쟁에 나설 선수로 꼽혔다.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 경쟁을 벌일 선수들로는 임성재 외에 존 람, 브라이슨 디섐보, 웹 심슨, 마크 리시먼, 토니 피나우, 마쓰야마 히데키 등이 거론되었다. 

PGA투어 겨우 2년 차인 그를 전문가들이 우승 경쟁후보로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무게감을 말해준다. 
임성재는 “컷을 통과한 뒤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위험한 곳은 잘 피하는 코스 관리로 10위 이내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지만 골프 팬들은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임성재 외에 김시우(25)와 강성훈(33), 안병훈(29), 이경훈(29) 등도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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