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프로. 사진제공=팀에이스스포츠


[골프한국] 아시안투어는 우리나라 골프 팬들에게 별로 눈에 차지 않는 것 같다. 

한국 골프 팬들의 시선은 태극낭자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한 LPGA투어와 최경주 이후 꾸준히 맥을 이어가고 있는 PGA투어에 쏠린다. 그리고 LPGA투어의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하는 KLPGA투어,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JGTO(일본프로골프투어) 등에 선수를 공급하는 KPGA의 코리안 투어가 관심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시안투어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PGA투어, 유러피언투어에 이은 지구촌의 3대 남자 골프투어의 하나다. 
아시안투어라고 해서 아시아 선수만 참가하지 않는다. 아시아 각국의 출중한 선수는 물론 미국과 유럽, 대양주, 아프리카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유러피안투어나 한국과 일본, 호주 투어와 공동으로도 대회를 열어 세계적인 톱 클래스 선수들이 출전한다.

지난 9~12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2020시즌 개막전 홍콩오픈이 우리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끈 것은 이례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 하와이에서 소니오픈이 열리고 있었음에도 많은 골프 팬들이 홍콩오픈을 주목한 것은 김주형(18)이란 낯선 선수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리안 투어를 통해 우리 귀에 낯익은 중량급 한국 선수들이 16명이나 출전했으나 한국 골프 팬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 선수의 경기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김주형은 1, 2라운드를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셰인 로리(32·아일랜드), 2019시즌 아시안투어 상금왕 재즈 제인와타난넌드(25·태국)와 한 조로 경기했다. 도대체 어떤 선수기에 유럽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나 의아했는데 그의 경기를 보면서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그는 1, 2라운드에서 세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만 18세란 나이와 경기경험 부족이 염려되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대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여유까지 보이는 그는 언뜻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한마디로 대물(大物)이었다. 머잖아 ‘괴물(몬스터)’이나 ‘코리안 타이거’ 같은 별명이 따라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으니 한국 팬들이 그를 알 리가 없다. 그야말로 유목민의 아이처럼 호주, 필리핀, 태국을 떠돌며 골프를 익혔다. 
호주에서 골프교습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6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아봤다. 볼을 맞히는 게 재미있었으나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다. 11세 때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걸 본 뒤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16세의 나이에 프로로 나선 그는 2018년 6월 아시안투어의 2부 투어인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ADT)에 뛰어들어 3승을 올렸다. 상금 규모도 적고 환경도 열악했지만 골프선수로 담금질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ADT를 발판 삼아 실력을 쌓은 그는 지난해 조건부로 아시안투어에 참가해 파나소닉 오픈 우승, BRI 인도네시아 오픈 3위, 태국 오픈 공동 6위 등의 성적을 거두며 상금랭킹 25위로 2020시즌 아시안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세계랭킹도 2018년 2006위에서 1년 만에 157위로 수직 상승했고 2020년 랭킹은 158위다. 

그리고 대망의 시즌 개막전에서 대선수들과 겨루어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18위라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16명의 내로라는 한국 선수 중 4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아시안투어가 특별히 김주형을 “1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선수”라며 “다음 주 치러질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갤러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선수다”라고 소개한 것도 그의 잠재력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7년 11월 이 대회에서 우승한 웨이드 옴즈비(40·호주)가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로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 디오픈 챔피언으로 초청된 셰인 로리가 2위, 태국의 군 차롱쿨이 3위, 지난 시즌 아시안투어 상금왕 재즈 제인와타나넌드가 4위, 초청선수 토니 피나우(30·미국)가 5위를 차지했다. 

초청선수인 위창수(48)가 8언더파 공동 7위로 16명의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태우(27)와 장이근(27)이 7언더파로 공동 13위, 그 다음이 김주형이다. 

앞으로의 그의 목표를 들으면 당돌하게 여겨질 만큼 원대하다. 
아시안투어 상금왕과 세계랭킹 100위 진입이 올해 목표다.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상위 5명과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에게 PGA투어 2부 콘 페리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 진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늦어도 3년 안에 PGA투어에 입성하고 언젠가는 세계랭킹 1위도 꿈꾸고 있다. 

당장 16일부터 열리는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당면과제다.
JGTO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개최하는 이 대회는 상위 5명에게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출전권을 주는 빅 매치로, 24개국 156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저스틴 로즈, 헨릭 스텐손, 매트 쿠차와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재즈 제인와타난넌드 등 톱 플레이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KPGA 코리안 투어에 출전한 적이 없지만 아시안투어 우승자 자격으로 매경 오픈과 한국 오픈,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할 수 있어 한국 팬들과도 만나게 된다. 

PGA투어 유망주로 지목되며 소니오픈에서도 괄목할 성적을 거둔 임성재(21)보다 3살이나 어린데도 임성재를 닮은 무게감과 깊이를 느끼게 하는 김주형이 당찬 꿈을 실현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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