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 골퍼 고진영, 이정은6, 박성현, 김효주 등. 사진제공=Gabe Roux/LPGA

[골프한국] '성공한 프로골퍼들의 인기 원천은 무엇일까.'

이 물음의 답은 '골프 팬들은 왜 이런 선수를 좋아할까'라는 물음의 답과 상통한다.

프로골퍼로서 성공했다는 것은 골프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으로든 팬들의 호감을 살 매력을 발산한다는 의미다. 

물론 인기의 바탕은 프로 선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량이다. 그러나 기량만으로 인기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비슷한 기량이라도 팬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기량이 탁월하지 않는데도 많은 팬이 따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그럼 골프 팬들의 인기를 끄는 선수의 매력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골프 기량, 경기 스타일, 외모, 퍼포먼스, 카리스마, 갤러리들과의 교감능력, 행동거지, 지적 수준, 취미활동, 사회기여 활동 등 골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들은 의외로 다양하다. 

프로골퍼가 된 이상 골프 기량 외에 골프 팬들로부터 호감을 살 만한 상품성이 있어야 하는데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선수 개개인의 매력이 바로 상품성을 결정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기량은 기본이니 인기 있는 선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탁월한 기량이라는 필요조건에 다양한 매력 포인트의 충분조건을 갖출 때 비로소 골프 팬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여자선수들의 공통적인 매력 포인트를 찬찬히 뜯어보면 프로골퍼로서 성공과 인기를 갈구하는 선수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올 시즌 LPGA투어의 상을 독점한 고진영은 보기 드물게 탁월한 기량에 팔방미인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전형적인 예다. 

세계랭킹 1위로 올 시즌 LPGA투어 4관왕을 차지했으니 기량은 물으나 마나다. 고진영 인기의 기본 바탕은 기량이지만 골프 스타로서의 핵심 매력 포인트는 기량 밖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위기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게 걷는 자신감 넘친 걸음걸이, 멋진 샷을 날리고 난 뒤 보여주는 입가의 흡족한 미소, 물 흐르듯 자연스런 캐디와의 교감, 팬들에 대한 진정성 넘치는 호응 등은 옆에서 지켜본 골프 팬들로 하여금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매력 포인트다. 

장하나가 발산하는 매력도 독보적이다. 가슴을 제치고 탄탄한 다리를 앞으로 내뻗으며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 함박꽃을 연상케 하는 미소는 지켜보는 시청자나 갤러리의 힘을 솟게 한다. 얼마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에 그에게 ‘Hanagizer(하나자이저=장하나+에너자이저)’라는 닉네임까지 붙였을까. 원하는 샷을 날리고 나서의 멋진 세리머니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재미교포 다니엘 강의 도전적 걸음걸이와 얼굴에 퍼지는 전의도 특색있는 매력 포인트다.
그러고 보면 골프선수들의 걸음걸이는 핵심적인 매력 포인트다. 신지애, 김세영, 김아림,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도 힘차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150만 달러가 걸린 LPGA투어 올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김세영은 많은 매력 포인트를 지니고 있다. 야생의 들판에서 먹이를 발견하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입가의 미소, 당돌함이 느껴지는 도도한 걸음걸이, 의도한 샷을 성공시키고 나서의 임팩트가 느껴지는 세리머니,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 당당한 태도 등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매력 포인트는 태권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김아림을 따르는 팬이 많은 것도 호쾌한 드라이버 샷 못지않게 당당한 걸음걸이와 그만의 독특한 매너 때문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성큼성큼 걷는 그의 걸음걸이는 런웨이를 걷는 패션모델을 방불케 한다. 특히 만족한 샷을 날리고 나서 팬들의 박수와 환호에 왼손을 배에 올리고 가벼운 목례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그만의 루틴은 일품이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표정도 트레이드 마크가 될 만하다.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이 팬들의 환호에 합장으로 답례하는 모습만큼 인상적이다.

유난스런 퍼포먼스와 거리가 먼 박인비, 김효주, 김인경 등은 구도자를 연상케 하는 골프로 색다른 절제미를 느끼게 한다. 상황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들판을 외로이 걷는 수행자를 보는 듯도 하다. 

이미향, 신지은, 리디아 고, 이민지, 지은희, 이보미 등은 즐거운 골프로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들은 상승세를 탈 때 신들린 듯 집중하면서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고통받지 않는 지혜를 보여준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라면 즐기기라도 하자’는 자세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위안을 안긴다. 
특히 이보미, 고진영 등의 경우 열심히 현지 언어를 익히며 팬들에게 뭔가 보답을 하려는 자세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소연, 전인지의 담담한 골프는 백합 향기를 풍기는 듯하다. 이들의 스윙은 파워풀 하진 않으나 아름답다. 걸음걸이나 표정에도 우아한 품격이 느껴진다.

신인상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LPGA투어에 뿌리를 내린 이정은6는 풋풋한 야생화의 향취를 풍긴다. 풋내기 신인이라고 기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잘 나간다고 으스대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려는 진지함이 읽힌다. 해맑은 미소와 예의 바른 자세는 앞으로 그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다. 신인상을 받은 뒤 서툴지만 영어로 소감을 밝힌 용기도 그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허미정은 부드러운 포식자의 매력을 풍기고 양희영, 이미림의 플레이는 묵직하면서 그들만의 담백한 개성을 담아낸다.
미소년의 외모에 남성적인 스윙을 갖춘 박성현은 지금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 깊은 매력 포인트가 넘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도가 높은 미셸 위의 매력 포인트도 풍부하다. 늘씬한 외모와 감정의 표현을 자유롭게 담아내는 얼굴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패션 아이콘으로 손색이 없는 과감한 옷차림과 여신 같은 카리스마를 풍기는 경기 스타일도 인기의 비결이다. 그에게선 골프를 통해 자아성취를 하겠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Q시리즈를 통해 잃을 뻔한 LPGA투어 시드를 다시 거머쥔 크리스티나 김에 대해선 국내 골프팬들은 호·불호의 구분이 뚜렷하지만 의외로 이목을 끄는 선수다. 활발한 SNS 활동, 거침없는 표현, 동료선수들과의 친화력 등은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매력 포인트를 장식이나 화장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기만 잘 하면 되지 그런 지엽적인 것엔 관심이 없다는 시각, 타고난 성정과 기질이 있는데 인기를 끌기 위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은 프로선수로서의 지평을 넓히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매력 포인트, 팬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유발하는 경기 스타일은 경기력 상승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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