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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세영의 심연 같은 매력…LPGA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LPGA 투어 2019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 프로. 사진제공=Gabe Roux/LPGA


[골프한국] ‘태권소녀’ ‘투우사’ ‘역전의 여왕’ ‘빨간바지의 마술사’ 등 김세영(26)만큼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선수도 드물다. 그만큼 그의 경기가 극적이고 역동적이며 반전의 스릴이 넘친다는 의미다.

21~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에서 열린 LPGA투어 2019시즌 최종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은 예외 없이 드라마 같은 경기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65-67-68-70)로 찰리 헐(23·잉글랜드)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여자골프 대회 사상 가장 많은 우승상금 150만달러(약 17억6천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LPGA투어 데뷔 첫해에 3승을 거둔 이후 그는 우승 대회마다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2015년 4월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세영은 기적 같은 골프 퍼포먼스를 두 번이나 만들어내며 골프 팬들을 놀라게 했다.

김세영과 박인비는 11언더파 공동선두로 마지막 18번 홀을 맞았으나 김세영의 티샷이 워터 해저드로 빠지면서 사실상 우승의 여신은 박인비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박인비는 파온만 하면 버디나 파 세이브가 가능한 상황인 데 반해 김세영은 반드시 세 번째 샷을 핀 가까이 붙여 원 퍼트로 홀인시켜야 연장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인비는 예상대로 투온에 성공했고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을 날린 김세영의 볼은 온 그린에 실패, 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박인비의 버디 퍼팅은 빗나갔지만 파 세이브는 확정적이었다. 김세영이 그린 옆에서의 칩샷을 홀인시키지 않는 한 우승은 박인비의 차지였다.

첫 번째 기적은 이때 일어났다. 김세영의 클럽을 떠난 볼은 그린에 떨어져 구르더니 바로 깃대가 꽂힌 홀로 사라졌다. 김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클럽을 내던지고 하늘로 향해 고개를 젖히고 팔을 벌렸다. 

벼랑 끝에 매달렸다 살아나 연장전에 돌입한 김세영은 바로 직전의 칩인샷보다 더 기적적인 샷을 만들어냈다. 8번 아이언으로 날린 두 번째 샷이 그린 바깥 에지에 떨어져 튀면서 그린으로 올라오더니 바로 홀로 사라진 것이다. 박인비의 두 번째 샷이 온그린 됐으나 김세영의 샷 이글로 이미 승패는 갈렸다. 김세영이 하늘과 갤러리,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으로 키스 세례를 날릴 만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마술사(magician)’란 별명이 붙었다.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인근 데일리시티 레이크 머세드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도 김세영은 새로운 버전의 마술로 골프 팬들을 놀라게 했다.

3타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은 1번 홀 더블보기, 2번 홀에서도 보기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이 사이 브론테 로(영국)가 무려 7타나 줄이며 단독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김세영은 간신히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건져 브론테 로, 이정은6(22)와 연장에 돌입,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귀중한 버디를 낚아 반전의 매직쇼를 펼치며 우승컵을 안았다. LPGA투어 통산 4번째 연장전을 모두 우승한 ‘연장 불패’의 기록도 이어갔다.

2018년 7월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선 골프전문가는 물론 골프 팬들에게 일생에 한두 번 경험할까 말까 한 골프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는 첫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9언더파, 둘째 라운드에서 더블보기 하나에 버디 9개로 7언더파, 셋째 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에 버디 6개로 8언더파를 쳐 4라운드를 남겨둔 상태에서 합계 24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애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54홀 최다 언더파와 타이기록.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내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 이 스코어는 애니카 소렌스탐마저 뛰어넘은 LPGA투어 사상 72홀 최다언더파 기록이다. 

애니카 소렌스탐은 2001년 3월 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CC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LPGA투어 사상 72홀 최다언더파인 27언더파(261타)를 기록했고 김세영이 2016년 3월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GC에서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 타이 기록을 세운 뒤 4타나 더 줄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세영은 다른 버전의 드라마를 펼쳐 보였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는 찰리 헐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하고 마지막 18홀을 맞았다. 많은 버디 기회가 있었으나 퍼팅이 홀을 외면하면서 ‘빨간바지의 마술’이 먹혀들지 않는 듯했다. 연장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세영은 18번 홀을 위한 매직을 아껴둔 것처럼 8m의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연장전 없이 우승을 확정지은 김세영의 주먹이 힘차게 허공을 찔렀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나흘 내내 선두를 지켜 우승한 것이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찰리 헐, 다니엘 강 등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 추락의 위기를 극복하고 마지막 기회를 움켜쥐는 모습에서 심연을 알 수 없는 그의 내공과 매력을 볼 수 있었다. 

그 바탕은 아마도 태권도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익힌 태권도로 강인한 정신력과 불퇴전의 저돌성, 당돌함, 다부짐 등의 긍정적 기질을 체득한 것이리라. 

한편 11언더파 277타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친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은 상금과 평균 타수 부문 1위를 확정했다. 이로써 고진영은 세계 랭킹, 올해의 선수,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상금,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 1위를 모두 휩쓸었다. 신인상도 이정은6(23)가 차지했으니 LPGA투어의 상이란 상은 한국 선수들의 차지가 된 셈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9-11-25 12:2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