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헤이와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최호성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솔직히 최호성(46)의 낚시꾼 스윙은 골프 팬들의 호기심은 자극할지 몰라도 매력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핸디캡에서 만들어진 그만의 낚시 스윙은 아름답지도 않고 골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별나 보이기는 하지만, 보는 재미가 유별난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괴기하고 웃기는 스윙이다. 보는 이에게 웃음을 짓게는 하지만 ‘뭔가 멋있다’ ‘(실전에서) 따라하고 싶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스윙과 그 자신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의 진정한 가치는 낚시 스윙에 있지 않다. 
그의 유명세는 낚시 스윙에서 비롯되었지만 골프 팬들로부터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낚시 스윙 때문이 아니라 핸디캡 투성이의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자세 때문이 아닐까. 

포항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 수산고 재학 중 어선을 타고 현장실습을 하다 오른손 엄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은 후 온갖 험한 일을 하다 안양CC에 일자리를 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골프를 알고 27세에 골프를 본격 시작한 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인생유전 그 자체가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통과 방황이 뒤따랐음에도 굳은 집념으로 프로골퍼로서 살길을 모색해온 그의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 TV에 나오는 야생 생존 프로그램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 등 여러 해외 대회에 초청받아 출전해서도 자신이 흥행 또는 볼거리 용도가 아님을 증명하려 애를 썼다.

국내에서 2승을 거둔 뒤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2013년 JGTO 엔조이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과 2018년 카시오 월드 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PGM 골프리조트 오키나와에서 막을 내린 JGTO 헤이와 PGM 챔피언십에서 일본의 강자 이마히라 슈고(27)를 두 타 차이로 누르고 우승했다. JGTO 통산 3승째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낚시꾼 스윙’으로 눈요깃거리만 제공하는 선수가 아니라 우승을 다투는 프로선수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와 우승경쟁을 벌인 선수가 일본의 자존심 이마히라 슈고였다는 점이 최호성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마히라 슈고가 누구인가. 상금 랭킹과 올해의 선수 격인 메르세데스-벤츠 포인트 모두 1위인 일본 내 최강자로 드라이버 비거리도 최호성보다 20~30m 긴 선수다. 작년에도 상금왕을 차지했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엎치락뒤치락 끝에 공동 선두가 된 두 선수의 진검승부는 3홀을 남겨놓고 펼쳐졌다. 16번 홀(파3)은 모두 파를 잡고 17번 홀(파4)에서 희비가 갈렸다. 최호성은 멋진 버디로 한 타를 줄인 반면 이마히라 슈고는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두 타 차로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났다. 

두 선수 모두 18번 홀(파5)을 파로 막아 최호성이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두 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보통 선수라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기괴한 스윙으로 우승을 낚는 최호성은 세계랭킹도 256위에서 94계단 오른 162위로 올랐다. 

이름에 호랑이 호(虎)자가 들어가 일본어로 ‘토라(虎)상’이란 애칭으로 더 알려진 최호성이 4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는 모습은 골프 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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