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통산 82승을 달성한 타이거 우즈가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는 갤러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Tower of Babel)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과 욕망을 상징한다. 

인간들은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 쌓기에 도전하지만 신이 노해 인간에게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벌을 내린다. 인간들은 말이 통하지 않자 결국 탑 쌓는 데 실패하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바벨이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니 바벨탑은 신의 영역을 탐하는 인간의 도전인 셈이다.

타이거 우즈(43)가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다. 한참 앞선 골프영웅들이 세운 것보다 더 높은 바벨탑을 쌓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일본 지바현 인자이시의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CC(파70)에서 막을 내린 2019-2020시즌 PGA투어 조조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는 영락없이 메소포타미아의 고대도시 바빌론에서 바벨탑을 쌓는 노아의 후손을 연상시켰다.

첫 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선 그는 악천후로 중단되었다 재개되는 경기일정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로 PGA투어 통산 82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82승은 20세기 세계 골프를 풍미한 샘 스니드(1912~2002)의 PGA투어 최다승 기록과 타이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대회 통산 15승이자 PGA투어 통산 81승째를 거둔 이후 약 6개월 만에 이룬 위업이고 프로 데뷔 24년 만이다. 
7살의 흑인 소년이 극적으로 샘 스니드를 만난 지 37년 만에 불멸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1982년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코스에서 백발이 성성한 70세의 샘 스니드가 자선 골프행사를 개최했다. 기부금을 낸 참가자들에겐 2홀을 샘 스니드와 라운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버지와 함께 이 행사에 참가한 어린 우즈는 파 3홀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렸다. 물에 반쯤 잠긴 볼을 보고 샘 스니드는 우즈에게 드롭해서 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우즈는 미소를 지으며 스니드를 바라본 후 물에 잠긴 볼을 그대로 쳤다. 그리고 멋지게 온 그린에 성공했다. 그런 우즈를 보며 샘 스니드는 “음, 골프를 잘 치겠군.”하고 격려했다.
살아있는 전설과 어린 소년은 모두 불멸의 대기록을 함께 할지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샘 스니드의 82승은 23세 때인 1936년부터 52세 때인 1965년까지 29년 동안 거둔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20세 때인 1996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82승을 거두는 데 23년이 걸렸다. 샘 스니드보다 6년 앞당겨 82승을 달성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의 나이가 지금 만 43세이니 PGA투어 최다승 기록 수립은 물론 몇 세에 90승을 돌파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라는 의미다. 

조조 챔피언십에서 보인 타이거 우즈의 경기력을 보면 구름 속에서 전설들을 내려다 보겠다는 그만의 바벨탑 꿈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경기 내내 그의 눈은 이글거렸고 한 샷 한 샷에 혼신을 다했다. 위대한 조각가가 작품을 빚듯 열정이 타올랐고 목숨을 건 콜로세움의 검투사처럼 용맹스러웠다. 
샘 스니드의 최다승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전설의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79)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까지 넘어서겠다는 욕망이 불타는 듯했다.

타이거 우즈는 이미 니클라우스의 PGA투어 통산 기록(71승)은 일찌감치 지나쳐 사실상 메이저 3승만 보태면 골프 역사상 가장 높은 바벨탑을 세우게 된다. 신에겐 도전이고 위협으로 보이겠지만 그로선 유일한 골프 황제로서 역사에 영생하게 될 것이다. 

골프선수들의 활동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라 부상을 피하며 체력관리만 잘 한다면 그의 바벨탑 꿈은 결코 지나친 욕심이 아니다.
그에겐 성 추문과 이혼, 고질적 부상으로 골프 인생이 끝났다는 시선을 극복하고 여러 차례 재기 성공하며 황제의 귀환을 성공한 경험도 있어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동기와 동력은 충분한 셈이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18승을 기록한 한 때가 46세 때이니 43세의 우즈에겐 3년이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처럼 우즈가 체력과 기량을 잘 가다듬기만 한다면 니클라우스의 기록마저 넘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바벨탑을 완성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잭 니클라우스나 함께 경기했던 로리 매킬로이, 토니 피나우, 게리 우들랜드 등이 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띄우는 것도 타이거 우즈의 바벨탑 실현 가능성을 믿고 또 염원하기 때문이리라.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6위로 뛰어 오는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대회에서도 단장인 우즈가 선수로 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우즈의 불꽃 같은 플레이로 가려졌지만 홈팬의 응원을 받으며 우즈를 추격하다 3타 차 단독 2위에 오른 마쓰야마 히데키(27), 지난 시즌 신인왕 출신으로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임성재(21)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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