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김비오 프로가 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프의 본향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북동쪽 50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 키네스우드에 비숍셔 골프클럽이 있다. 1903년 설립된 이 코스는 9홀인데도 전장이 4,360야드로 파가 무려 63이나 된다. 

이 클럽은 마을 유지들이 만든 이래 지금까지 당시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00여 년이 지나면서 그린은 비바람에 씻겨 줄어들고 벙커와 러프는 더욱 넓어져 아무도 파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난코스로 변했다. 그러나 이 마을 주민들은 ‘코스의 변화도 신의 뜻’이라는 생각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1917년 이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이주해온 한 사나이가 있었다. 자기 위주의 행동과 플레이 중 난폭한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그가 어느 날 라운드 중 짧은 퍼트를 놓치자 잔디를 발로 걷어찼다. 그 바람에 손바닥만 한 잔디가 뜯겨나갔다. 사나이는 손상된 잔디를 그대로 둔 채 그린을 떠났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사제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사제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클럽 회원들이 긴급총회를 열었다. 당시 회의록에 기록된 한 회원의 발언은 골퍼의 매너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골퍼는 규칙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 그 규칙은 자신이 플레이한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말아야 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함은 디봇 자국을 반드시 메워야 하고 벙커에 샷의 흔적과 발자국을 남기지 말고 눈에 띄는 쓰레기는 꼭 주워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면 줍지 않은 쓰레기를 당신이 버렸다는 의심을 받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매너가 없는 자는 골프를 칠 자격이 없다. 골프에 심판이 없는 것도 플레이어가 신사 숙녀라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신사가 아니면 골퍼가 아니다.”

저명한 골프평론가 버나드 다윈(‘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의 손자)은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1917년 9월 밤 비숍셔 골프클럽의 허술한 오두막집에서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본 매너가 태어났다.”고 기록했다.

총회 결과 만장일치로 그 사나이를 클럽에서 제명키로 결정됐다. 당시 골프클럽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마을을 떠나라는 추방령이나 다름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그는 그날 밤 소리 없이 마을을 떠났다.

골프는 철저한 ‘신사의 스포츠’로 통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신사의 스포츠’라는 개념도 변했다. 

골프 애호가들끼리 라운드를 즐기던 시절에는 규칙을 지키고 동반자를 배려하는 수준이면 충분했지만 골프가 스포츠산업으로 발달한 현대에는 함께 라운드를 펼치는 선수는 물론 갤러리와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의 프로 골프는 갤러리와 시청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갤러리와 골프 애호 시청자들은 바로 선수들의 밥줄이다. 갤러리와 골프애호가들로부터 외면받고선 프로선수로서 존재할 수 없다. 


김비오(29)가 프로선수로서 평생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 

김비오는 29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 카운티 선산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아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2승, 통산 5승째다. 

2010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김비오는 ‘조니워커오픈’을 우승해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상, 신인왕, 최저타수상을 석권했다. 그해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 4위로 합격하면서 이듬해 최연소로 PGA투어에 진출했다. 
2012년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PGA투어 카드는 잃어 2부 투어인 웹닷컵투어에서 활동하다 이 시드도 잃었다. 코리안투어 시드까지 잃었다가 올해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복귀, 지난 4월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코리안투어 7년 만의 우승을 신고한 뒤 5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사단은 최종 라운드 16번 홀(파4)에서 일어났다. 

한 타 차 단독 선두 상황에서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김비오는 티샷 스윙을 하는 순간 한 갤러리의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에 미스샷을 내곤 갤러리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서양식 욕을 하고 입으로도 거친 욕을 내뱉고 그것도 모자라 드라이버로 땅바닥을 내려쳤다. 이 장면은 그대로 TV 중계화면을 통해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경기 해설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깜짝 놀랐다. 유명한 골프선수가 만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길거리 불량청소년들이나 할 행동을 했으니 “있을 수 없는 행동”이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티샷 실수에도 불구하고 16번 홀을 파로 막은 김비오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챙기고 18번 홀을 파로 막아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연장 승부를 기다리던 김대현에 1타 차 우승을 했다.

그는 18번 홀을 떠나면서 16번 홀에서의 ‘손가락 욕’에 대해 “죄송하다. 조금 더 성숙한 선수로 거듭나겠다. 경솔했고 아쉽다"고 거듭 사과하고 시상식 후에도 자신의 행동에 후회했지만 싸늘해진 팬심은 돌아선 뒤였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상벌위원회가 징계절차를 밟겠지만 그가 얻은 대상 포인트 1위나 시즌 첫 다승자의 명예는 빛을 잃었다. 그가 거듭 사과하고 징계를 받는다 해도 이번 사건으로 새겨진 주홍글씨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골프가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갤러리까지 모두 신사일 수는 없다.
무대에 오른 배우는 관객의 야유에도 주어진 배역을 완수해야 하듯 골프선수는 갤러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자신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경기의 결과는 갤러리 탓이 아니라 오로지 내 탓이다. 코스에서 벌어지는 온갖 상황은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미국의 몇몇 골프대회에선 음주와 가무, 함성 등 소란이 허용되는 분위기다. 갤러리의 에티켓도 필요하지만 능력있는 프로선수라면 주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를 펼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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