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왕도를 보여준 타이거 우즈. 우즈가 2019년 8월 PGA 투어 BMW 챔피언십 프로암 캐디와 자신의 캐디 조 라카바와 함께한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걱정거리가 있었다.한 핵심 임원이 일은 열심히 하는데 협력사와 불화가 잦았다. 기획력이나 업무 추진력은 뛰어난데 회사 내부나 외부의 업무 관계에선 마찰과 갈등이 많았다. 

CEO는 이 임원의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면을 살리면서 업무 파트너와의 관계도 부드럽고 원만하게 조화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와 함께 라운드를 하기로 했다. 

그날 라운드에서 임원은 평소 기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티 오프 시간 직전 도착한 그는 전반을 꽤 고전했다.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공격루트를 찾아 볼을 날렸지만 성공 확률이 낮아 OB가 몇 개 나왔고, 러프에도 자주 볼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들쭉날쭉한 플레이에 휘둘리느라 동반자에 대해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 홀에선가 그 임원은 볼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 찬스를 맞았는데 그린을 잘못 읽는 바람에 버디를 놓쳤다. 
CEO가 아쉬워하며 그 임원에게 말했다.
“캐디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충분히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자 그 임원은 “어차피 골프는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하는 것인데요 뭘.”라며 놓친 버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CEO는 기회다 싶었다.
“아니지.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유일한 우군이네. 캐디가 갖고 있는 정보량은 간혹 골프장을 찾는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지. 아무리 뛰어난 골퍼라도 캐디의 도움 없이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네. 캐디와 얼마나 친밀한가에 따라 그날 라운드의 성공 여부가 결정 나네.”
이 말에 임원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동반한 CEO의 친구는 거의 말을 않고 플레이를 하다가 18홀을 끝내고 악수를 나눈 뒤 클럽하우스로 걸어오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친구 사이인 CEO에게 하는 말투였지만 임원에게 안 들릴 리 없었다.

“골프란 철저한 친밀도의 게임이더라고. 골프와 관련된 모든 것에 얼마나 친밀한가. 즉 얼마나 낯설지 않은가에 따라 라운드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보면 틀림없어. 골프코스, 그날의 날씨, 캐디 등이 모두 친밀해야 할 대상인데 그중에서도 캐디가 최우선인 것 같애, 캐디와 다투거나 불편한 관계를 맺는 사람은 물으나마나지.”

CEO가 거들었다.
“베스트 스코어를 낸 때를 떠올려보면 골프장도 친숙하고 캐디와도 호흡이 척척 맞았던 것 같아. 동반자도 훌륭했고.”
친구가 덧붙였다. “뿐만 아니지. 골프채나 파트너와도 가능한 한 친밀감을 유지해야만 적대감에서 벗어나 원만한 플레이를 할 수 있지. 그게 쉽지는 않지만 말이야.”

이튿날 아침 CEO는 그 임원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어제 라운드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했고 독선적이었나 깨달았습니다. 저를 돌아볼 기회를 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달라진 저의 모습을 필드에서 보여줄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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