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 우승으로 시즌 4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가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Bernard Brault/ Golf Canada


[골프한국] 고진영(24)이 “현재 지구상에서 최고의 골프를 보여주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LPGA투어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고진영은 소렌스탐을 떠올리게 만드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며 고진영의 이번 시즌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유명 골프 칼럼니스트인 존 시락은 "고진영이 박성현, 렉시 톰슨, 브룩 헨더슨, 코다 자매 등과 같은 파워는 없지만 정밀함과 균형 있는 모습은 소렌스탐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존 시락은 소렌스탐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는 ‘균형’이라며 소렌스탐은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균형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데 고진영도 같은 수준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존 시락은 특히 고진영의 나이가 소렌스탐이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을 때와 같은 나이(24)라며 완벽함을 추구하며 흔들리지 않는 퍼팅 능력을 갖춘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안겨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진영의 성적표를 보면 존 시락의 극찬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진영은 지난 두 시즌 동안 43개 대회에 출전해 42번 컷 통과에 성공했고 6번 우승했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만도 23번이나 된다. 
특히 올 시즌 고진영은 2개의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4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 상금, 평균타수 등의 부문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고진영을 능가할 선수는 많다. 

누구나 찬탄해 마지않는 파워풀한 스윙으로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7승을 거둔 박성현, 2014년 LPGA 비회원이면서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LPGA투어에 뛰어들어 통산 3승을 거둔 김효주, 메이저 2승(US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3승을 거둔 우아한 전인지, 한때 PGA투어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스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 호주의 골프여왕 카리 웹으로부터 ‘남반구의 1인자’라는 칭찬을 들었으나 징검다리 우승으로 통산 4승에 머문 양희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기량면에서 고진영과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하다. 

이들이 출발선을 박차고 나갈 땐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 카리 웹, 박세리같이 전설적인 선수로 성장할 기세였으나 레이스가 길어지면서 뒤로 밀리거나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왜일까. 

존 시락의 지적대로 고진영은 신체조건이나 비거리나 파워, 스윙 메커니즘 등에서 앞서 예를 든 선수들에 비해 우월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LPGA투어 겨우 2년 차에 세계랭킹 1위를 꿰차며 모든 분야에서 1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존 시락은 고진영이 항상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하고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이같은 고진영의 부단한 자기 채찍은 부족함 모자람에 대한 ‘자기 분노’가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자신에 대한 분노를 에너지 삼아 부족하고 모자란 것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을 땐 균형으로 취약점을 커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분노는 화산의 폭발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골프에서 분노는 도약의 원동력이 되는가 하면 추락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화에 가까운 순간적 분노는 정신적 카타르시스 기능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한다. 
분노를 잘못 발산하면 자신과 남을 모두 해치지만 잘 활용하면 자신을 도약시키는 생산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시키려는 자세를 가질 때 분노는 에너지로 변환된다. 

LPGA투어에 뛰어들 때야 누구든 많은 승리를 쟁취하고 세계랭킹 1위는 물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하겠지만 긴 투어생활을 하다 보면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승수를 쌓으며 상금도 모이고 후원사도 든든하니 현상 유지에 만족하기 쉽다. 빠듯한 일정에서 해방되고 싶고 어깨를 누르는 우승의 짐을 내려놓고도 싶을 것이다. 
특히 잘 나가는 선수의 경우 그를 지원하는 팀이 꾸려져 비자발적 타성적이 되기 쉽다. 

처음엔 대단한 열의와 도전욕에 불타 덤벼들지만 몇 번 좌절하고 벽에 부딪히다 보면 기가 꺾이고 의지도 약화되기 마련이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많은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기대한 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분노의 결핍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기실망이나 자기학대 같은 소극적 분노가 아니라 현재에 안주하려는 자신에 채찍질을 가하며 더 높은 세계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정신자세 말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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