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아리야 주타누간. 사진제공=Courtesy of The PGA of America


[골프한국] LPGA투어 2년 차인 아리야 주타누간(당시 21세)이 2016년 한 해 메이저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무려 5승을 쓸어 담자 세계 여자골프계는 바야흐로 LPGA투어에 ‘아리야 주타누간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LPGA투어에 진입할 땐 조용했으나 2년 만에 아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 로레나 오초아에 필적할 선수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014년 퀄리파잉 토너먼트 공동 3위로 LPGA투어 자격증을 딴 아리야 주타누간의 루키 시즌은 요란하진 않았다. 그러나 단단했다. 29개 대회에 참가해 17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3위에 올랐으니 성공적인 출발을 한 셈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골퍼로서 타고난 그의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LPGA투어 2년 차인 2016년 한해에 5승을 올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신인상을 제외한 상이란 상은 모조리 그의 차지가 된 것은 당연했다.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타 상(베어트로피),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주는 아니카 소렌스탐 어워드 등을 휩쓸었다.

아무도 맞설 수 없는 그의 폭주가 계속될 것 같았으나 2017년 그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했다. 2017년 2승(매뉴라이프 LPGA클래식, CME글로브 챔피언십)에 머물렀다. 

2018년엔 3승(US여자오픈, 킹스밀 챔피언십, 에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 그쳤으나 28개 대회에 참가해 모두 컷 통과에 성공한 그는 이해에도 신인상을 제외하고 4관왕을 독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아직 우승을 못했다. 2위와 공동 2위가 각각 2회, 공동 3위가 3회로 마지막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회 때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위협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승수를 보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리야 주타누간의 대항마로서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등장하고 있다.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 등 최근 LPGA투어에 뛰어든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막강하고 앞으로 LPGA투어 행을 노리는 선수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이 그의 우승 가도를 가로막은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은 주타누간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자신의 문제 중심에 바로 드라이버가 있다.
그의 우승을 도운 것은 드라이버가 아니다. 270야드를 넘는 3번 우드와 이에 못지않은 비거리를 자랑하는 2번 아이언이 그의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웬만한 파5 홀은 3번 우드로 티샷을 날린 뒤 아이언으로 투온 할 수 있다.

드라이버를 빼놓고도 벌써 10승을 올렸으니 드라이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무적이 될 것이라는 시각은 타당해 보인다.
골프전문가들이 전설적인 골프 여제들에 근접할 수 있는 선수로 그를 지목하는 것도 드라이버에 숨어 있다. 좋은 신체조건에 강한 정신력, 좋은 스윙, 탁월한 비거리를 자랑하는 그가 드라이버까지 능숙히 다룬다면 그와 대적할 선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묘한 것은 우승 횟수가 줄어든 시기와 드라이버를 간헐적으로 잡은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이다.
드라이버 실력까지 갖추면 그야말로 무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칭찬에 솔깃했는지 간혹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비시즌 땐 드라이버샷을 익히려 꽤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지난 6월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해이즐틴 내셔널GC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드라이버를 갖고 출전했다. 
드라이버를 챙긴 이유는 이 코스의 전장이 LPGA투어 평균보다 길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티샷을 드라이버로 한 것은 아니었다. 3라운드까지 후반 파5 홀에서만 캘러웨이의 로프트 9도짜리 에픽 플래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고 나머지 홀은 평소 애용하는 테일러메이드 15도짜리 3번 우드 에어로 버너로 티샷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빼놓고 티샷을 모두 3번 우드로 한 것을 보면 드라이버 티샷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 대회에서 그의 전체 드라이빙 거리는 272야드(4위), 드라이빙 정확도는 71.43%(공동 25위)였다. 그런데 3번 우드만을 사용한 올해 드라이빙 거리는 270.95야드(19위), 드라이빙 정확도 71.41%(64위)로 별 차이가 없었다.

호주의 한나 그린이 우승한 이 대회에서 아리야 주타누간은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메이저대회에서의 시즌 첫 승을 노리고 드라이버를 챙긴 그로서는 실망스런 결과일 것이다.

과연 앞으로 아리야 주타누간이 드라이버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드라이버에 대한 미련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그가 드라이버를 골프 백에 넣고 다닐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남자선수들처럼 300야드에 육박하는 거리를 낸다면 모를까 3번 우드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드라이버 입스까지 있어 굳이 드라이버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드라이버 잡고 미스샷이 나오면 어쩌나 조바심하는 것보다 맘 놓고 우드 3번을 휘두르는 게 훨씬 마음 편할 것이다. 
드라이버 티샷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고 손에 익은 클럽으로 샷을 가다듬는다면 아리야 주타누간은 여전히 한국 선수들의 최대 난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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