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골퍼의 플레이는 대개 견실하다. 그러나 시원찮은 스윙이라고 얕보았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것 또한 골프다. 

확실한 싱글 골퍼인 K씨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스윙 때문에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전반 몇 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자 캐디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골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분인 줄 알았어요. 처음 티샷 하시는 것 보고는 오늘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그가 싱글 스코어로 라운드를 끝내자 캐디는 “그런 스윙으로 싱글 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감탄했다. 

엉성한 스윙으로 보일 만큼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스윙을 크게 하지만 스윙 아크는 뒤틀려 있다. 상체의 흔들림도 심해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임팩트 후 고개를 드는 나쁜 습관에 팔로우 스루도 짧은 편이다. 

이런 스윙 때문에 그는 연습장에서부터 수모와 시련을 겪었다. 골프깨나 친다는 사람들은 그의 스윙을 지켜본 뒤 어김없이 스윙 자세를 교정하려 드는 친절을 베풀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골프채를 잡은 지 한 달 안에 스윙을 제대로 굳히지 않으면 평생 고생합니다”라며 왕초보로 대하는가 하면 “100타를 언제 깼습니까?”라고 묻는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심지어 골프를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여자들도 핸디캡 없이 스트로크 플레이를 제의할 정도다. 샷 내용도 좋은 편이 아니다. 드라이버 샷은 200야드를 넘기 어려워 파 온의 확률은 30%도 안 된다.

그런데도 그가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것은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3퍼트를 허용하지 않는 퍼팅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도 구제 불능인 스윙을 고치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차도가 없어 포기했다. 대신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승부 내지 않으면 아예 골프채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피나는 연습으로 어프로치와 퍼팅을 주무기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덤빈 사람들은 십중팔구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골프에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격언은 철칙이 아니다.
때로는 결점이 많은 골퍼가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남이 갖지 않은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점투성이의 골퍼이면서도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듯이.
우리는 때로 겉모양에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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