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선전한 골프선수 안병훈 프로. 사진제공=PGA 투어


[골프한국] 지천명(知天命)을 앞둔 최경주(49)의 위대함은 그를 잇는 선수들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 데서 실감할 수 있다. 

LPGA투어에서야 워낙 한국 선수들이 압도적인 데다 국내리그에서도 탁월한 선수들이 속속 배출돼 박세리의 위대함을 새삼 반추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PGA투어에선 반짝 하는 선수는 있었지만 최경주의 뒤를 든든하게 이어갈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8월 2~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GC에서 열린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라운드 중반까지 안병훈(27)이 선두를 지키며 PGA투어 첫승의 기대에 부풀었으나 막판에 J.T 포스턴(26·미국)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두 타 차이 3위에 머물렀다. 

비록 PGA투어 첫승의 염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1라운드 공동선두, 2~3라운드 단독 1위로 쾌속 질주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직전까지 간 것도 대단했고 경기 내용도 PGA투어의 스타급 선수들과 대등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윈덤 챔피언십에서의 안병훈은 전성기의 최경주를 연상케 했다.

PGA투어 통산 8승에 한때 세계랭킹 5위, 페덱스컵 랭킹 4위에 오른 최경주의 존재는 한국 골프 풍토에서는 기적이다. 
안병훈에게서 최경주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가 최경주를 뛰어넘을 선수의 한 명이라는 기분 좋은 암시이기도 하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쉽게 300야드를 넘나들었고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도 지장을 받지 않을 비거리를 확보하고 있었다. 아이언샷은 묵직하면서도 방향성이 뛰어났고 스윙의 루틴과 리듬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PGA투어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직전에 열려 플레이오프에 참가하기 위해 페덱스컵 순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실력자들이 대거 윈덤 챔피언십에 몰린 데서 알 수 있듯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이런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직전까지 간 그의 플레이에서 이미 대선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안병훈은 3, 5, 9, 10번 홀에서 버디를 보태며 생애 첫 우승을 향해 힘차게 발진했으나 15번 홀에서 덫에 걸렸다. 티샷 실수로 이 대회 첫 보기를 적어내면서 선두로 나선 포스턴과는 2타 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16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포스턴을 1타 차로 압박했다. 
1타 차 단독 2위로 18번 홀을 맞은 그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3퍼트를 하고 말아 단독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8언더파를 몰아친 포스턴이 PGA투어 입문 5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우승후보 웹 심슨이 한 타 차 2위를 차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탁구 메달리스트인 부모(안재형, 자오즈민)의 DNA를 물려받은 그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다니며 세계적인 골프교습가인 데이비드 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에서 체계적으로 골프를 익혀 17세 때인 2009년 US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하며 기대를 모았다. 

UC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뒤 유럽프로골프투어(EPGT)에 진출, 2015년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신인상을 차지하는가 하면 국내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우승했다. 

PGA투어에선 2016년 취리히 클래식 준우승, 2018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공동 2위, RBC 캐나디언오픈 공동 2위 등에 올랐을 뿐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5위를 한 김시우(24), 공동 6위의 임성재(21)와 강성훈(32), 이경훈(28) 등과 함께 오는 9~12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 대회(125명 참가)에 출전한다. 

여기서 얻은 페덱스컵 포인트에 따라 2차전인 BMW챔피언십(8월16~19일)에 출전할 70명이 가려지고 BMW챔피언십에서 다시 30명을 가려내 투어챔피언십(8월23~26일)에서 1,500만달러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현재로선 브룩스 켑카, 로리 매킬로이, 맷 쿠차 등이 투어챔피언십의 유력한 우승자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 선수들로서는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안병훈, 임성재 등 최근 가파른 질적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선수들이 별들의 전쟁 레이스에 참가하면서 최경주의 대를 이을 대선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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