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GA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동반 경기한 타이거 우즈와 브룩스 켑카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라운드 결과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

[골프한국] 지난 4월 마스터스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PGA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의 수모를 당하는가 하면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세계에 이름을 떨친 거물 스타들이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에서 열린 PGA챔피언십과 지난 15일부터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골프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구촌 최고의 골프제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으로 부활한 타이거 우즈는 PGA투어 최다승기록(샘 스니드의 82승) 타이에 1승만 남겨두었고 메이저 최다승 기록(잭 니클라우스의 18승)에도 3승으로 거리를 좁혔다. 

우즈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샘 스니드의 대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고 잭 니클라스의 메이저대회 최다승기록에 2승 차이로 좁힐 수 있었다.

우즈는 이를 위해 마스터스 이후 다른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매스컴이나 골프 팬들의 관심은 그가 우승할 것인가에 쏠렸다. 컷 탈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타이거 우즈는 현 PGA투어 최강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브룩스 켑카,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와 한 조에 편성되었다. 인기도나 지명도 등을 고려해 주최 측이 의도적으로 편성한 이른바 특별그룹(Feature Group)이다. 저스틴 존슨, 조단 스피스, 존 람 조나 리키 파울러, 버바 왓슨, 저스틴 로즈의 조, 로리 매킬로이, 필 미켈슨, 제이슨 데이가 속한 조도 특별그룹의 성격이 강하다.

매치 플레이는 아니지만 주최 측이 특별히 편성한 피처 그룹의 선수들은 매치 플레이와 다름없는 경기를 펼치게 된다. 

동반자의 스코어와 상관없이 1, 2라운드 합계 스코어로 3라운드 진출 여부를 가리는 것은 보통 대회와 같다. 그러나 동반한 2명의 선수와 매치 플레이와 다름없는 자존심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함정이 숨어 있다.

브룩스 켑카는 첫 라운드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후한 플레이로 단독 선두로 나섰고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도 두 강자를 만나 최선을 다했다. 우즈를 의식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나왔을 우즈는 첫 라운드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그가 생각한 구도가 흔들렸다. 특히 켑카의 압도적 경기력, 포기를 모르는 몰리나리의 집중력에 우즈는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기운에 포위되어 한 달 전 마스터스에서 보인 신화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데 실패했다. 

2라운드를 마친 결과 브룩스 켑카가 12언더파로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단독 1위, 몰리나리가 이븐파로 컷을 통과했으나 우즈는 1타 차이로 컷(-4) 통과에 실패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결과적으로 우즈는 매치 플레이의 희생자가 되면서 한 달 사이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셈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린베레 장교 출신의 아버지로부터 온갖 악조건 하에서도 승리를 쟁취할 줄 아는 정신훈련을 받아 PGA투어 선수 중 가장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우즈가 이렇게 맥없이 주저앉았다는 것은 쉬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다.

지난 주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8년 만에 감격의 PGA투어 첫승을 거둔 강성훈이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 대열에 합류해 생존했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는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선수들 사이엔 ‘매치 플레이의 심리학’이란 게 통용된다. 객관적인 기량 차이가 나더라도 대응 방법과 자세에 따라 기량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일종의 묘방을 찾는 노력이다.

가령 유명선수와 무명선수가 대결을 벌인다면 유명선수가 이길 확률이 높지만 무명선수가 미리 기죽지 않고 ‘져도 본전’이라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오면 유명선수가 당황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누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느냐, 상대의 선공(先攻)을 어떻게 받아넘기느냐 여부, 포기를 모르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기질의 여부, 상대를 지치게 하는 맷집, 상대의 허를 찌르는 능력, 기회 포착 능력 등의 차이가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반드시 승리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 외에도 버바 왓슨, 존 람, 짐 퓨릭,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언 풀터, 브라이슨 디ㅅㅖㅁ보, 페트릭 리드, 리 웨스트우드, J.B 홈즈 같은 매치 플레이에 경험이 많은 맹장들이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을 보면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밖에 말할 수 있을 뿐인 것 같다.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천하의 박인비, 유소연 같은 LPGA투어 강자를 비롯, 장하나, 최혜진, 김아림 등 강심장의 선수들이 모두 16강전 돌파에 실패, ‘매치 플레이의 심리학’이 갖는 허와 실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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