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사진제공=방민준


[골프한국]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를 관람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면 작품에 몰입해 즐기는 편이다. 

취미로 발레를 즐기는 딸아이의 주선으로 1년에 한두 번 무용공연을 관람하는데 최근 감상한 ‘나빌레라’는 긴 여운을 남겼다. 
이 작품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인기리에 연재된 웹튠 ‘나빌레라’가 원작으로, 노래와 발레가 어우러진 가무극으로 연출한 일종의 뮤지컬이다. 

알츠하이머 초기 판정을 받은 일흔의 ‘심덕출’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평생 꿈꿔온 발레를 시작하기로 결심,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무명 발레단을 찾는다. 단장은 노인의 간절한 읍소에 못 이겨 23세의 문제아 ‘이채록’에게 노인 지도 임무를 맡긴다. 이채록은 여러 운동을 전전하다 발레의 매혹에 이끌렸으나 부상과 생활고로 연습에 열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발레리노 지망생.

꿈은 간절하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노인과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었으나 암울한 현실 때문에 방황하는 젊은이가 갈등과 좌절 속에 꿈에 다가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특히 간단없이 찾아오는 치매와 싸우며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는 노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 ‘꿈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빌레라’ 공연에 심취하면서도 골프 연습장의 장면들이 오버 랩 된 것은 내가 지독한 골프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 연습장에는 ‘나빌레라’의 일흔 살 주인공과 비슷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내가 나가는 동네 골프 연습장만 해도 꿈을 좇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주위의 권유로 운동 삼아 취미 삼아 골프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꿈을 갖고 골프 연습을 한다.

사교 골프, 접대 골프를 하다 50이 넘어 제대로 80대 스코어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거나, 한 번만이라도 싱글 스코어를 내보겠다는 목표로 연습에 열중한다. 한창때 싱글골퍼를 날렸던 분들은 다시 한번 전성기로 돌아가 이븐파 또는 언더파를 목표로 삼는가 하면 70을 넘은 분들은 나이와 같거나 낮은 스코어를 내는 에이지 슛을 꿈꾸기도 한다. 80대 전후의 일부 노장 골퍼들은 90살까지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기를 갈망하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표 달성 여부보다는 목표와 꿈이 있고 그것을 추구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몸이 부서지면 어때. 꿈이 부서질 수는 없잖아. 끝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때,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좋잖아!”라며 발레의 꿈을 버리지 않는 ‘나빌레라’의 주인공처럼 동네 연습장의 지인들은 나름의 꿈을 좇아 골프와 씨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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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골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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