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인 1997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확정한 모습이다. 마스터스의 매혹 10題 즐기기.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매년 4월 둘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쏠린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역사가 가장 오랜 디오픈, US오픈, PGA챔피언십과 함께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지만, 사실상 지구촌 최고(最高) 권위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골프선수들은 평생 한 번이라도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최대의 영광으로 여기고 골프 팬들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에 들어가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를 구경하는 것을 버킷 리스트의 맨 위에 올려놓을 정도다. 

83회째인 올해 대회가 11일(현지시간) 개막돼 숨 막히는 열전에 돌입했다. 지구촌 최고의 골프 명인 87명이 그린 재킷을 놓고 펼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마스터스만의 매혹 10가지를 소개한다. 


1) 대회의 탄생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원래 이름은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였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구성(球聖)’이란 극존칭으로 추앙받는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 1902~1971, 애칭 바비 존스)와 뉴욕의 금융인 클리포드 로버츠(Clifford Roberts)가 의기투합해 오거스타 근교의 과수원을 매입해 골프코스를 조성했다. 

골프코스는 바비 존스와 스코틀랜드의 골프장 건설가 앨리스터 매켄지가 공동 설계, 1931년에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12월 제한적으로 코스를 개방한 뒤 1933년 1월 공식적으로 개장했다. 존스와 로버츠는 토너먼트 골프 대회 명칭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로 정해 1939년까지 5년간 사용하다 1940년부터 마스터스 토너먼트로 변경했다.

첫 대회는 1934년 2월 22일에 개최되었고, 1940년부터 매년 4월 첫 주에 개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첫 주엔 연습라운드를 하고 둘째 주 초반에 파3 대회 등 이벤트대회를 열고 본경기는 둘째 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첫주에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를 열었다. 1943~1945년 3년간은 2차 세계대전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2) 창설자의 신화 

골프 팬들은 물론 골프 문외한들까지 열광케 하는 마스터스 인기 비밀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만들어 이 대회를 처음 창설한 바비 존스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 사가들로부터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인정받는 그는 당시 4대 메이저, 즉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추어 선수권을 13회나 했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던가는 4대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던 기간은 겨우 13년, 그것도 9년은 고교와 대학시절로 평생 출전게임 52회 중 23회를 우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비 존스는 지성파 골퍼로 유명했다. 1922년 미국 아마선수권 우승 후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까지 취득했고 프랑스어, 독일어, 영국사, 독일문학, 고대문화사, 비교문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육군 소령으로 참전하기도 했다.그는 다섯 살 때 부모와 함께 골프를 배우기 시작, 동네 골프장의 프로에게 본격적인 골프교습을 받았다.  

존스는 11살 때 새로운 골프철학을 깨닫는다. 계기는 1913년 US오픈. 이 대회에는 ‘스윙의 시인’이란 명성을 듣고 있던 영국의 해리 바든(Harry Vardon), 그리고 같은 영국의 테드 레이(Ted Ray)가 출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당시 19세의 미국 아마추어 프란시스 위멧(Francis Ouimet)이 두 영국 프로와 타이 스코어가 되어 연장전에서 우승했다. 

어린 존스는 이 경기야말로 진정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스윙에 견실한 플레이, 모든 홀을 파를 목표로 주변과 초연한 자세로 플레이하는 해리 바든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린 존스의 눈에는 바든이 경쟁자나 갤러리들을 잊은 채 다른 그 무엇과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든은 다름 아닌 현대골프의 표준그립인 오버래핑 그립을 고안한 사람으로, 매년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바든 트로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16년 14세 소년으로 처음 미국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 전국대회 첫 준우승을 한데 이어 이듬해 15세로 챔피언에 오른다. 이후 7년간의 길고 긴 슬럼프에 빠졌다가 1923년 US오픈에서 우승하고 1925년 US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맞는다. 

1925년 US오픈에서 그는 골프사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목전에 둔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는 사이 볼이 움직이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다. 
이를 두고 그의 친구이자 언론인인 O.B 킬러 기자는 “나는 그가 우승하는 것보다 벌타를 스스로 부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한 타가 없었더라면 플레이오프는 없었을 것이고 존스의 우승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멋있는 것이 바로 존스의 이 신고사건이었다.”고 기록했다. 이 사건을 두고 매스컴이 칭송하자 존스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1930년 영국 오픈과 영국 아마선수권, 미국 오픈과 미국 아마선수권을 독차지하는 사상 초유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데 US아마 선수권대회 중 한 레스토랑 주인으로부터 격려 전보를 받았다. 거기에는 ‘E TONE E PISTAS’라는 그리스어가 쓰여 있었다. 영어로 ‘With it, or on it’(함께 아니면 그 위에)라는 뜻이다. 옛날 스파르타의 한 노모가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방패를 닦고 있는 아들에게 한 말로, ‘이겨서 방패와 함께 무사히 귀환하든지 아니면 전사하여 방패 위에 실려서 돌아오라’는 뜻이다. 과연 존스는 이 경기에서 이겨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다.

그는 1930년 11월 2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골프계는 그가 은퇴선언을 하자 ‘존스 없는 골프는 파리가 없는 프랑스와 같다’는 말로 슬픔을 표했다.


3) 코스에 숨은 매력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난이도가 높은 골프코스로 유명하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를 위해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문을 닫고 코스 관리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 
융단을 깔아놓은 듯 디보트 자국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한, 그러나 좁은 페어웨이와 유리알 그린, 곳곳에 산재한 연못과 벙커는 한시도 선수들이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빠르기로 악명 높은 그린은 다진 잔디를 하루 8번이나 깎아 0.3cm로 유지한다.

18개 홀은 모두 꽃이나 나무 이름으로 된 별칭을 갖고 있으며 11번부터 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 코너'는 명물이다. 이 코스를 무사히 통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들어설 때와 나올 때 ‘아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특히 파2 12번 홀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래의 샛강’은 1700년대에 살던 주민 존 래(John Rae)의 이름에서 유래한 강으로 많은 선수들이 공을 물에 빠뜨려 낭패를 당한다.  

클럽하우스로 사용되는 옛 과수원 관리동의 옥탑방엔 까마귀 둥지(crow's nest)라는 전망대가 있는데 침대 5개가 놓인 이곳은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숙소로 쓰인다. 이밖에 마스터스에서 두 번 우승한 벤 호건을 기려 만든 ‘호건의 돌다리’, 역시 두 번 우승한 바이런 넬슨의 이름을 딴 ‘넬슨의 돌다리’, 1935년 진 사라젠이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15번 홀 그린 옆에 ‘사라젠의 다리’가 있다. 


4) 코스에 얽힌 사연들

이 골프코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34대)과 관련된 일화로도 유명하다. 아이젠하워는 폐쇄적인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골프장을 자주 찾아 골프와 브리지게임을 즐기다 친구이자 클럽회장인 클리포드 로버츠의 권유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유일하게 1948년 오거스타의 회원이 됐다. 

아이젠 하워는 대통령 취임 전 5차례, 재임 중 29차례, 퇴임 후 11차례 등 모두 45차례나 이 클럽을 찾아 골프를 즐겼고, 한번 방문하면 장기 투숙했는데 부인 매미 여사와 함께 묵었던 ‘아이젠하워 캐빈’은 지금까지 보존돼 있다. 아이젠하워는 코스와 관련,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9번 홀 등 파 3홀 두 곳의 연못도 아이젠하워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름도 아이젠하워의 애칭을 따 '아이크 폰드'로 불린다.

아이젠하워는 17번 파 4홀에서 티샷이 왼쪽 중앙에 있는 미송 한그루에 맞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클럽 측에 나무를 베어버리자고 제안했으나 클럽회장 로버츠는 그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이 나무에는 ‘아이크 트리’란 애칭이 붙었다. 


5) 철저한 비상업성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이 골프코스와 대회를 만든 불멸의 아마추어 골퍼 바비 존스의 뜻에 따라 철저하게 비상업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재는 최고의 흥행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갤러리를 4만여 명에 이르는 후원자(patron)로 제한하지만 골프코스 주변은 물론 오거스타 시 전체가 축제의 거리로 변한다. 

타이틀 스폰서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갤러리 입장권 및 기념품 판매 대금, 중계권료 등으로만 해마다 4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 대회의 분위기를 주변에서 직접 느끼기 위해 오거스타 인구(20여만 명)보다 많은 3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1∼4라운드 전 경기 관전 배지의 공정 가격은 지난해보다 75달러 오른 325달러로 책정됐지만 암표시장에선 4천~5천 달러에 거래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열리는 연습라운드와 파3 콘테스트 입장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골프 다이제스트가 전망한 올해 마스터스의 예상 전체 수입은 1억1천500만 달러로 우리 돈 1천255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인구 20만 명이 사는 오거스타가 마스터스로 누리는 경제 효과를 역시 매해 1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6) 무너진 금녀의 성(城)

골프의 전설이 세운 골프클럽이 여성을 배척했다는 사실이 납득할 수 없지만 이 골프클럽은 창립 때부터 남성만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고집해왔다. 초기엔 백인 남성으로 제한했다가 1990년부터 흑인 남성에게 문을 열었다. 

금녀 원칙을 고수한 오거스타 내셔널에 대한 질타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고 결국 201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개인투자 전문기업 레인워터사의 부사장 달라 무어를 회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80년 만에 금녀의 빗장을 열었다. 올해는 마스터스 대회 직전에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대회를 열었다. 박세리, 안니카 소렌스탐 등이 시타를 한 이 대회에서 미국의 제니퍼 컵초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7) 그린 재킷의 유래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그린 재킷은 회원과 패트론(갤러리)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보비 존스가 잉글랜드 로열 리버풀골프장에서 갔을 때 캡틴들이 입은 붉은 재킷에서 영감을 얻어 1937년 회원용으로 제작한 게 시초다. 회원들은 라커에 옷을 보관했다가 골프장에서만 입었는데 1949년 우승자 샘 스니드에게 기념으로 이 재킷을 주면서 우승자가 그랜 재킷을 입는 전통이 생겼다. 우승자는 1년간 옷을 보관하다가 반납, ‘챔피언스 라커룸’에 영구 전시된다. 


8) 명인들의 결전장 

보통 PGA투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140여명 내외인데 반해 마스터스는 90명 미만이다. 그만큼 출전조건이 까다롭다. 올해는 87명이 참가하고 있다. 
마스터스에 참가하려면 20가지 기준에 맞아야 한다.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과 메이저대회 챔피언 중에서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은 5년 이내, 디 오픈은 4년 이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3년 이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1회, 전년도 마스터스 12위 이내, US 아마추어챔피언십 1, 2위, 전년도 메이저대회 4위 이내, 전년말 기준 랭킹 50위 이내, 대회 직전 랭킹 50위 이내, 대회조직위원회 추천선수 등으로 제한돼 있다. 

역대 최다 우승기록 보유자는 잭 니클라우스로 모두 6회 정상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와 아놀드 파머가 4회 우승했고 샘 스니드, 지미 디마렛, 게리 플레이어, 닉 팔도가 3회, 바이런 넬슨, 벤 호건, 벤 크렌쇼, 세배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필 미켈슨, 버바 왓슨 등이 2회 우승했다. 


9) 한국 선수와의 인연 

한국 선수 역대 최고성적은 2004년 최경주가 기록한 3위다. 최경주는 2010년에도 4위를 기록한 적이 있고, 이듬해 공동 8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세 번이나 들었다. 이밖에 ‘톱10’ 달성자는 2010년 양용은으로 공동 8위. 

올해 대회에는 김시우가 2017년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자격으로 3년 연속 출전했다. 지난해 공동 24위를 기록한 김시우는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공동 4위, 최근 텍사스오픈에서도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주목된다. 


10) 올해 대회의 관전포인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룰 것인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우즈는 프로 데뷔 후 9년 사이 4번이나 그린 재킷을 입었으나 2005년 이후 그린 재킷과 인연이 없다. 지난해 페덱스컵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통산 80승을 거둔 뒤 처음 출전하는 마스터스라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있던 조던 스피스의 반전도 관심사다.
골프 전문매체 골프위크가 예상하는 우승후보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저스틴 로즈 순이다.

코스 전장이 길어진 데다 날씨가 나빠 장타자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라운드를 마친 현재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가 6언더파로 공동선두, 필 미켈슨이 한 타 차이 2위, 이언 풀터, 더스틴 존슨이 4언더파로 공동 4위, 아담 스콧, 존 람 이 3언더파 공동 6위, 타이거 우즈, 게리 우드랜드, 리키 파울러 등이 2언더파로 공동 11위에 포진하고 있어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우승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시우는 이븐파로 공동 29위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의 상승세로 보아 우승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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