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4라운드에서 김시우, 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일 김인경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김시우(24)는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다시 한번 큰일을 낼 듯했고, 김인경(31)은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7년 전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낼 기회를 만드는 듯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맞을 때까지 김시우와 김인경은 순풍에 돛단배처럼 순항했다.

김시우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의 전초전으로 4월 5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TPC 샌안토니오 AT&T 오크스 코스에서 열린 발레로 텍사스오픈 1, 2라운드에서 각각 6언더파를 몰아치며 4타 차 단독선두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주춤했지만 3타를 줄여 1타 차 선두를 지켰다. 흐름을 그대로 유지만 하면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인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즈CC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2라운드에서 2위에 3타 앞선 단독선두로 올라섰다가 3라운드에서 주춤하며 단독선두 고진영에게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맞았다. 마지막 라운드 성적 여하에 따라 7년 전 30cm 퍼팅 실패로 우승을 유선영에게 넘긴 통한을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시우는 무명의 코리 코너스(27·캐나다)를 만나면서, 김인경은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고진영(23)을 만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월요일 예선전을 거쳐 가까스로 출전자격을 얻은 코너스가 1~3라운드에서 69, 67, 66타를 치며 한 타 앞선 김시우, 한 타 뒤진 찰리 호프먼과 함께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로 엮이면서 변수로 작용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코너스의 플레이는 동반자들의 혼을 빼기에 충분했다. 1, 3, 4, 5홀 버디로 멀리 달아나다 6, 7, 8, 9홀 연속 보기로 무너지는 듯하더니 다시 반등하며 10, 11, 12홀 3연속 버디에 이어 14, 16, 17홀 버디를 엮으며 끝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찰리 호프먼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김시우는 4개의 버디를 잡았으나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3라운드의 스코어(15언더파)에 머물며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오하이오주 소재 켄트주립대에서 보험통계학을 전공한 코너스는 2015년 캐나다의 2부 투어인 매켄지투어, 2016년 PGA투어 3부 투어격인 라티노아메리카투어, 2017년 웹닷컴투어에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상금순위 126~150위에 주어지는 카테고리 32a 자격으로 제한적으로 PGA투어 출전자격을 얻었다. 그가 참가한 정규 PGA투어는 3개에 불과하지만 성적은 놀랍다.
소니오픈에서 공동 3위,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에서 2위를 한 뒤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마지막 라운드 스코어카드를 보면 수학의 천재로 알려진 그의 자취가 느껴질 정도다.
그와 경기해본 조던 스피스는 그의 플레이를 두고 “불꽃같이 타올랐다. 더이상 환상적일 수 없다.”고 감탄했다. 

한편 김인경은 지난해 신인왕에 이어 3월 중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한창 물이 오른 고진영을 챔피언조에서 만나면서 경기의 리듬을 잃었다. 
고진영은 샷이나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난 데다 자신감마저 넘쳐 어느 강자가 나와도 대적할 수 없는 흐름을 이끌어나갔다. 

그렇더라도 그 전까지 잘 나가던 김시우와 김인경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맥없이 무너져내린 것은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는 두 선수의 머릿속에 어느 한 곳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감정의 응어리가 있어 평소 자기 호흡대로의 경기를 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누구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갖겠지만 김인경은 7년 전의 악몽을 떨치겠다는 염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친 뒤 김인경은 인터뷰를 통해 2012년의 악몽에 대해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당시 실수로 배운 점이 더 많기 때문에 나에게는 굉장히 큰 걸음이 됐던 것 같다”고 성숙한 자세를 보였지만 막상 강적 고진영을 만난 뒤 품고 있던 염원의 좌절을 예상하며 리듬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3라운드까지 그렇게 견고한 경기를 펼치던 김시우가 흐름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도 2017년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평소의 자연스런 경기를 방해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김시우와 김인경이 우승의 간절함에 매여 있었다면 코너스나 고진영은 사정이 달랐다. 이미 성공적인 LPGA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고진영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고, PGA투어 출전 자체가 영광인 코너스 역시 중상위권에 들어 상금만 받아도 흡족한 상황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니 평소 리듬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슴 속에 무엇이 응어리져 있느냐, 스트레스 덩어리가 있느냐, 집착 덩어리가 있느냐 여부가 승부를 갈랐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한 곳 휘둘림 없는 빈 마음의 지고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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