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타이거 우즈의 골프스윙.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채를 잡고 나면 필연적으로 수많은 깨달음과 만난다. 개인에 따라, 구력에 따라, 시야의 변화에 따라 깨달음의 수준도 각양각색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걸음마를 배우는 초보시절을 지나면 스스로 독학의 길로 들어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작은 깨달음들을 경험하고 이 깨달음들이 쌓여 중급 골퍼, 고수 골퍼로 발전한다.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빈도가 많을수록 발전속도도 빠르다.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머리가 번쩍하는 깨달음으로 한순간에 새로운 경지에 올라서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많은 땀을 쏟는데도 초보 수준에서 헤매다 고통만 맛보고 골프채를 던지기도 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골프의 재미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깨달음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만 골프채를 놓지 않는 이상 새로운 깨달음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오래전 터득한 것인데 도 지워지는 바람에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20여 년 전 친구가 들려준 친구 장인의 에피소드를 내가 경험할 줄 몰랐다.

장성 출신의 친구 장인은 구력이 30년이나 된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열심히 골프를 즐겼는데 라운드를 마치고 귀가할 때마다 골프가방을 내려놓으며 장모에게 “여보! 이제야 골프가 뭔지 알 것 같아!”라며 새로운 깨달음을 열심히 설명했다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돌아올 적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이어졌다고 했다. 
 
구력 30여 년을 더듬어 보면 나름 많은 단계의 깨달음을 경험했지만 보라는 달은 못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어리석음이 적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비거리를 붙잡아 두기 위해 근력운동을 하고 풀 스윙을 익히기 위해 연습시간을 늘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요즘 어느 날 아침, 번개 같은 깨달음이 머리를 쳤다.

평소처럼 연습하다 불현듯 ‘파워 쉬프트’의 정체가 뭘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골프에서 파워란 헤드 스피드다. 이 파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은 체중 이동, 큰 아크의 스윙, 옹이 없는 스윙, 관절의 경직 방지 등 다양하다. 
평소 안정된 스윙을 위해 클럽 헤드가 지나가는 길에 레일이 깔려있다는 이미지를 가졌다. 이 레일 위를 기관차가 달리듯 클럽헤드가 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 스윙 때와 다운스윙, 팔로우 스윙 때 기관차의 방향이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백 스윙을 할 때 기관차는 우측으로 달리지만 다운스윙과 팔로우 스윙 때는 파워의 방향이 바뀌어 기관차가 좌측을 향해 달려야 하지 않는가. 그럼 기관차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데 방향 전환을 염두에 둔 기억이 없다. 백 스윙 톱에서 성급하게 내려오는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효과적인 방향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완전한 백 스윙을 하려면 왼쪽 어깨가 아닌 오른쪽 어깨가 리드해야 하고, 다운 스윙 때는 순서가 바뀌어 왼쪽 어깨가 리드해야 하지 않는가. 이때 왼쪽 히프와 허벅지가 힘을 보태면 기관차의 마력이 극대화될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나름의 논리를 실험해봤다. 그리고 그 결과에 놀랐다. 어쩌다 잘 맞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정하게 힘이 실리고 방향성도 좋았다. 오른팔로 볼을 가격하려는 데 따른 스윙 플레인의 찌그러짐이나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쏟아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스윙 축도 무너지지 않았고 스윙 아크도 커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30여분 여러 종류의 클럽으로 실험을 해봤는데 모두 대만족이었다. 

가슴이 뛰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골프 이론에 통달해 연습도 학구적으로 하는 구력 30년이 넘은 연상의 지인에게 찾아갔다. 다소 복잡해 뵈는 레일과 기관차 이미지는 생략하고 백 스윙 때 왼쪽 어깨를 턱밑으로 밀어 넣으려 하지 말고 오른쪽 어깨를 뒤로 빼고, 다운스윙과 팔로우 스윙 때는 왼쪽 어깨 위주로 잡아당기고 오른쪽 어깨와 팔은 뒤따라온다는 이미지로 스윙을 해보라고 권했다. 평소 하던 스윙하고 달라 고개를 갸웃했으나 시험 삼아 드라이버를 잡고 내 설명대로 스윙을 했다. 

첫 타에 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지인도 놀랐다. 10여 분 계속 드라이버를 쳤는데 80%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 

“왜 이런 기막힌 방법을 진작 가르쳐 주지 않고 이제야 알려 줘요?”
“저도 방금 전에 우연히 찾았습니다. 골프를 한 이후 최상의 깨달음인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시니 어떻습니까?”
“기막힙니다. 임팩트를 준다며 몸이 출렁이는 현상이나 중심축이 무너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스윙아크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클럽헤드를 목표 방향으로 내던지는 느낌이 와요, 오늘 점심은 제가 쏘겠습니다.”

골프에서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철칙은 없다. 

1862년 로버트 첸버스 라는 골퍼가 ‘두서없는 골프이야기(A Few Rambling Remarks on Golf)’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레슨서는 바이블과 다르며 누구에 대해서도 복음을 전해줄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성격, 체형, 연령, 운동신경, 사고력 등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횡포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이야말로 겸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여기에 소개하는 타법은 나 자신이 이렇게 하니까 잘 되더라고 하는 보고서이며 하나의 참고로 제공할 뿐이다. 그렇게 알고 읽어주기 바란다.”라고 조심스럽게 썼다.

19세기 중엽 헨리 B. 패니 라는 한 에든버러의 인쇄소 주인이 쓴 ‘The Golfer's Manual’이란 책에서 저자는 “샷이란 클럽을 올렸다 내리는 것일 뿐, 너무 세세히 신경을 쓰면 전체의 리듬이 파괴되어 진보가 저해된다.”라고 썼다.

1907년 브리티시 오픈에 처녀 출전해 당시 골프의 세 거인이라는 해리 바든, 존 헨리 테일러, 제임스 브레이드를 꺾고 깜짝 우승을 한 바스크 출신의 무명 골퍼 알루누 메시는 “골프의 스윙은 자유다. 골프는 과학적인 용구를 가지고 비과학적으로 하는 경기이다. 개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일갈했다.

나의 깨달음도 누구에게나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칼럼 역시 ‘두서없는 골프이야기’의 저자처럼’ 내가 이렇게 해보니 잘 되더라는 경험적 보고서일 뿐이다. 

내겐 놀라운 깨달음이지만 프로골퍼들에겐 당연한 걸 이제 알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전문 레슨을 받고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를 어느 순간에 주동력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그러나 ‘백 스윙 때는 오른쪽 어깨로, 다운 스윙과 팔로워 스윙 때는 왼쪽 어깨로 주도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놀라운 효과는 나를 흥분케 한 것만은 사실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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