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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평생 불명예 낙인찍힌 세르히오 가르시아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PGA 투어 멤버 세르히오 가르시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전장에 나가 혼자 수천의 적과 싸워 이긴다 해도 자기를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전사이니라.’ (『법구경』 중에서)‘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성을 정복한 사람보다 낫다.’ (『잠언』 11장 22절) 

동서양의 경전에 이런 잠언이 있는 것을 보면 분노를 다스리기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한 세르히오 가르시아(39·스페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불명예의 낙인이 찍혔다. 

가르시아는 2월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 로열 그린스 G&CC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 3라운드에서 ‘심각한 규칙 위반’으로 실격당했다. 

신설 대회인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 2위 브룩스 켑카, 3위 더스틴 존슨, 5위 브라이슨 디섐보, 메이저 우승자인 패트릭 리드, 헨릭 스텐손,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참가했다. 일부 골프팬들 사이에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인권 침해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에 세계적 선수들이 돈에 이끌려 참가했다며 비난이 일기도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가르시아가 3라운드에서 잔디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을 동료들이 신고해 실격처리돼 결국 4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스코틀랜드 신문 스콧츠 맨은 “가르시아가 3라운드에서 다섯 번 그린을 손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본 뒷조의 선수들이 경기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자주 얼굴을 대하는 동료선수들이 신고할 상황이라면 정도가 심했던 모양이다. 경기위원회는 골프규칙 1조 2항 ‘선수는 타인을 배려하고 코스를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실격 이유를 밝혔다.

가르시아는 “경기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퍼팅 실패에 실망해 그린을 손상했다. 동료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으나 한번 찍힌 낙인은 주홍글씨처럼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골프규칙 중에서도 1조 2항은 아래의 예에서 보듯 가장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에 한 사나이가 이사와 마을 골프클럽에 가입했다. 어느 날 혼자서 라운드를 하다 짧은 퍼팅을 실패하곤 화를 못 이겨 퍼터로 그린을 찍었다. 이 모습을 근처를 지나던 신부가 보았다. 이 사나이의 비신사적 행위는 곧 골프클럽에 보고되었고 골프클럽은 이튿날 마을 게시판에 이 사나이의 그 날 행동을 적시하면서 마을을 떠날 것을 명령하는 공고문을 붙였다. 공고문이 붙었다는 소문을 들은 이 사나이는 다음날 심야에 마을을 빠져나갔다. 

1999년 19세로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가르시아는 유러피언투어를 넘나들며 PGA투어 통산 10승, 유러피언투어 등 국제대회 23승을 올렸다. 201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치치 로드리게스, 세베 바예스테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 등 스페인의 골프 명인들의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뛰어난 재능과 높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돌출행동으로 ‘악동’의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지난해 4월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기준타보다 무려 8타를 더 치는 옥튜플(octuple) 보기를 범했다. 
1라운드 15번 홀(파5, 530야드)에서 티샷을 잘 날렸으나 투 온을 노리다 그린 앞 연못에 볼을 빠뜨린 뒤 1 벌타를 받고 웨지로 네 번째 샷을 했으나 다시 연못에 빠졌다. 핀 위치로 봤을 때 볼이 그린에 올라가더라도 백 스핀이 걸리면 연못으로 굴러 들어갈 위험이 많았으나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 가르시아는 평정심을 잃고 계속 웨지를 고집했다. 여섯 번째 샷, 여덟 번째 샷, 열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린 볼이 뒤로 굴러 연못에 빠졌다. 모두 다섯 개의 볼을 수장시켰다. 12번째 샷을 핀에 붙여 1 퍼트로 끝낸 그의 이 홀 스코어는 8오버파 13타. 마스터스 역사상 가장 많은 스코어와 타이기록이다.

2라운드에서도 부진의 늪을 헤맨 그는 합계 15오버파란 치욕적인 스코어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에도 자주 왔으나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02년 한국오픈에선 사진 찍는 갤러리를 골프클럽으로 때릴 듯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2007년에는 퍼트를 놓친 뒤 홀 안에 침을 뱉기도 했다. 

골프 선수에게 절실한 뛰어난 골프 기량만이 아니라 순간순간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화를 다스리는 능력임을 깨닫게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9-02-06 06:3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