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GA 투어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매트 쿠차와 데이비스 러브3세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명대(明代)의 격언집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실려 있는 명언으로, 장강(長江、양쯔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려가듯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대도 교체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새해 두 번째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에선 이 명언이 통하지 않았다. 앞물결이 뒷물결을 헤치고 역류했다. 

11~1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불혹(不惑)을 지난 매트 쿠차(41·미국)가 22언더파로 젊은 앤드류 퍼트넘(30·미국)을 4타 차이로 제치고 시즌 2승을 기록했다. 

매트 쿠차는 2000년에 PGA투어에 진입했으니 투어 20년 차 노장이다. 뒷물결에 떠밀려 갈 처지에 놓인 앞물결이다. 그러나 그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뒷물결의 우승후보들과 겨루어 PGA투어 통산 9승의 기록을 세웠다. 

매트 쿠차 외에도 이번 대회에는 불혹은 물론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다수의 선수들이 출전, 모천(母川)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PGA투어 34년 차로 통산 21승을 올린 54세의 데이비스 러브3세가 16언더파로 단독 7위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고 ‘바람의 아들’ 양용은(47)도 공동 33위로 선전했다. 

2009년 8월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에 역전승하며 ‘타이거 킬러’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PGA투어 통산 2승에 일본, 유러피언 투어 등 국제대회에서 11승(코리안투어 포함 프로 무대 총 12승)을 보탰다. 지금은 일본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PGA투어 시드권은 없지만 월요예선을 통해 PGA투어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록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PGA투어 통산 34승의 비제이 싱(56), 12승의 스티브 스트리커(51), 5승의 제이슨 더프너(41)도 결코 ‘흘러간 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비제이 싱의 경우 SNS에 타이어를 야구 배트로 때리는 등 강도 높은 훈련 동영상을 올리기도 해 챔피언스투어와 함께 PGA투어에서도 승수 추가의 열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19년 동안 PGA투어 문을 두드린 끝에 출전의 기쁨을 누린 크리스 톰프슨(42)은 흘러가기를 거부하는 앞물결의 당당함으로 골프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2라운드 합계 3오버파로 컷 오프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PGA투어 출전권을 얻어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지난해 간신히 PGA투어의 2부 웹닷컴투어에 들어가 상금랭킹 20위에 올라 올해 PGA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웹닷컴투어나 PGA투어 카드 확보 모두 19년 만이다. 퀄리파잉스쿨을 18차례나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클럽 프로나 골프 관련 기업에서 일한 기회가 있었지만 지역 미니투어를 돌며 PGA투어의 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3차례 PGA투어 대회를 경험했으나 두 번은 컷 탈락했고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는 공동 45위에 그쳤다.평균 비거리가 286.3야드로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안 되지만 톰프슨은 “비거리가 짧은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볼을 홀에 집어넣는 길은 다양하다. 나는 스코어를 만들어낼 줄 안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한편 강성훈(31)과 임성재(21)로서는 뒷물결의 매서움을 보여주었다. 

강성훈은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14언더파를 기록, 브라이슨 디샘보, 세바스찬 뮤노즈와 공동 10위에 올라 톱10 진입에 성공했다.카메론 챔프와 함께 주목받는 신인인 임성재는 합계 12언더파로 미국의 강자 브랜트 스네데커, 저스틴 토마스, 케이스 미첼 등과 공동 16위에 올라 희망을 확인했다. 

골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자타가 인정하는 강자들인 조던 스피스, 게리 우드랜드, 케빈 트웨이, 폴 케이시, 부바 왓슨, 아담 스캇 등이 컷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선수들의 선전은 기대 이상으롤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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