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이 LPGA 우승을 차지한 가비 로페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계랭킹 1·2위가 멕시코의 여전사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11월 10일 중국 하이난성 지안 레이크 블루베이GC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 마지막 라운드에서 멕시코의 가비 로페즈(25)가 세계랭킹 1·2위 아리야 주타누간(23)과 박성현(25)의 추격을 뿌리치고 생애 첫 LPGA투어 우승컵을 안았다. 

가비 로페즈의 이번 우승은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멕시코 선수로는 2009년 로레나 오초아(당시 25세) 이후 약 9년 만이고 가비 로페즈로선 2016년 루키로 데뷔한 이후 3년 만이다. 

상금랭킹이 79위로 쳐진 가비 로페즈는 대회 전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골프전문가들의 관심은 다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아리아 주타누간의 독주가 이어질 것인가, 직전 1위였던 박성현이 1위를 재탈환할 것인가, 두 선수의 경쟁 틈에서 LPGA투어의 상위 랭커들이 어부지리를 볼 것인가로 모아졌다. 

앞서 열린 아시안 스윙 4개 대회에서 전인지(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다니엘 강(뷰익 LPGA 상하이), 넬리 코다(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챔피언십), 하타오카 나사(토토 재팬클래식) 등이 우승을 나눠 가진 흐름으로 보아 또 다른 상위 랭커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랭킹1위를 탈환한 아리야 주타누간과 1위를 내준 박성현이 우승 없이 아시안 스윙을 끝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 외 참가선수의 면면을 봐도 그가 상대하기엔 벅찼다. 김세영, 최운정, 양희영, 이미림, 허미정, 김효주, 이미향, 제니퍼 송 등 한국 또는 한국계선수와 모리야 주타누간, 아즈하라 뮤노즈, 엔젤 인, 펑샨샨, 모건 프레슬, 베아트리츠 리카리 등은 모두 랭킹이 가비 로페즈에 한참 앞선 선수들이다. 

그러나 가비 로페즈는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1라운드 공동 4위, 2라운드 공동 2위로 선두그룹을 지킨 그는 3라운드에서 극적인 스퍼트를 했다. 

3라운드가 치러진 9일은 그의 25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그는 17번 파3홀(181야드)에서 홀인원을 함으로써 생일을 자축함은 물론 하루에 6타를 줄여 합계 9 언더파로 단독선두로 나섰다. LPGA투어 처음이다. 결국 3라운드가 우승의 발판이 되었다. 

4라운드에서도 생일파티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리야 주타누간, 김세영, 박성현 등 추격권에 있던 선수들이 전반에 타수를 까먹으며 헤매는 통에 여유 있게 선두를 지킬 수 있었고 아리야 주타누간이 뒤늦게 추격전을 펼쳤으나 홀이 다 끝나 한 타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

가비 로페즈의 경기모습을 보면 문득 로레나 오초아를 떠올리게 한다. 챔피언조에서 장타를 휘두르고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을 자랑하는 아리야 주타누간, 박성현과 함께 경기하면서도 그는 흥분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펼칠 줄 알았다. 한 번도 우승을 안 해본 선수 같지가 않았다. 

키는 168cm로 오초아(171cm)보다 작지만 체형은 비슷하다. 근육질은 아니지만 단단하고 오초아가 스윙할 때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만 빼면 스윙동작도 비슷하다. LPGA투어 통산 14승으로 멕시코 최고의 스포츠스타인 오초아가 롤 모델이었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로레나 오초아로 말하면 2003년 LPGA투어에 들어와 루키 해인 2004년 신인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멕시코항공사 최고경영자 안드레스 코네사와 결혼 후 2010년 은퇴할 때까지 LPGA투어의 1인자로 군림했다. AP통신 선정 ‘올해의 선수’(2006, 2007년), 미국골프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선수’(2007, 2008년), LPGA ‘올해의 선수’(2009년) 등 상이란 상은 거의 다 받았고 2017년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당장은 로레나 오초아와 비교할 수 없지만 가비 로페즈는 현재 멕시코 최고의 골프선수다. LPGA에 멕시코 선수의 이름이 7개 올라 있으나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는 가비 로페즈가 유일하다. 

5세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2013년 멕시코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로 지내다 2015년 LPGA투어 Q스쿨 파이널스테이지를 공동10위로 통과해 2016년부터 LPGA투어 루키로 활동했다. 그해 치러진 26개 대회에 참가, 22개 대회를 컷 통과했고 리우올림픽에 멕시코대표로 참가해 공동31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28개 대회 중 20개 대회를 컷 통과하며 톱10에 두 번이나 들어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확을 올렸다. 올 시즌 마지막 대회(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직전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가능성의 발아(發芽)를 증명한 셈이 됐다. 

그에게 이번 우승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첫 우승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장타를 휘둘러대는 전·현 세계랭킹 1위와 정면 승부를 펼쳐 우승했다는 사실은 값지다. 자신도 롤 모델인 로레나 오초아가 걸어간 길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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