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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8할이 정신력'인 골프에서 살아남기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사진=ⓒ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설파한 ‘골프에서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 20%, 정신력이 80%이다.’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그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선 속담 차원의 골프상식으로 통하는 것인데 위대한 골퍼인 니클라우스의 입을 거치면서 골프의 신앙처럼 받아 들여졌을 뿐이다.

장비가 발달하고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한 요즘엔 정신력의 비중이 90%에 이른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을 정도로 골프에서 정신력의 무게는 막대하다. 

‘정신적’이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mental’로 쓰지만 이에 담긴 의미는 매우 폭넓고 다의적이며 복합적이다. 

전문적인 용어 탐색을 생략하고 사전적 의미만 놓고 보면 ‘mental’은 ‘physical'(육체적, 신체적인)의 상대어로 ‘정신적’ ‘지적인’ ‘마음의’ ‘관념적인’ 것 등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정신적이란 게 뜬 구름 같다. ‘정신적’이라면 제법 차원 높은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정신은 가둬두기 어려운 생각, 느낌, 감정의 다발이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마음작용이다. 
이 마음을 어떻게 보고, 다스릴 것인가는 모든 종교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현대인에겐 삶의 등대가 될 수도 있다. 

골프는 일상생활에서보다 더 강도 높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일으키는 스포츠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정성을 기울여도 미스 샷이 나오기 마련인 골프에서 라운드 내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모진 고문에 다 털어놓듯 대부분의 골퍼들은 한번 마음의 불길에 휩싸이면 자신을 불살라버리거나 무릎을 꿇는다. 이때 입은 심한 내상은 쉬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럼 어떻게 마음의 불길을 잡을 것인가. 

가장 쉬운 길이 참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 상자에 넣어두는 방법이다. 내가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도 느끼지 못하니 해결된 것 같지만 상자 속이 감정으로 가득 차면 어떤 형태로든 터지게 돼있다. 자신을 불태울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잠시 참아서 불편한 감정의 잔재가 사라지면 다행이지만 감정의 응어리가 쌓이면 언젠가 활화산이 되고 만다. 

기쁨이나 충만감 등 좋은 감정도 일시적으로 자신을 기분 좋게 하지만 지나치면 자만이나 자아도취에 빠져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현대 정신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마음챙김(mindfulness)’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챙김은 동양의 선(禪)이나 명상의 핵심 요소들을 서양의 심리학에 통합시켜 여러 정신질환, 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큰 효과가 있음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마음챙김은 일반적 정신치료처럼 감정을 변화·조절하기보다는 감정을 객관화하여 거리를 두고 감정의 실체와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데 주안점을 둔다. 

라운드 중 분노나 좌절, 절망에 휩싸일 때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인식하고 그러는 자신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보는 방법이다. ‘내가 뒷땅 한번 친 것 가지고 이렇게 분노하고 있구나’ ‘나는 미스 샷을 냈는데 동반자는 멋있게 온그린에 성공한 것이 배 아빠 내가 괴로워하고 있구나’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 그 결과가 이것밖에 안되는 것에 실망하고 있구나’하는 식으로 보는 마음의 눈이 열리면 마음의 격랑을 막을 수 있다.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불길이 저절로 사그라들게 할 수 있다. 높은 파도도 결국은 잔잔한 물결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경험 많은 서퍼는 결코 파도와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파도에 순응하며 파도에 몸을 실을 뿐이다. 

골퍼에게 필요한 정신력이란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마음의 불길이나 파도에 저항하며 싸우는 게 아니라 불길이 일어나고 사그라드는 과정, 거친 파도가 부서져 거품이 되고 결국 잔잔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여유일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11-09 10:39:52